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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오페라

입력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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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오페라 네 편 중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레스코’(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와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페스티벌의 첫 작품 ‘카르멘’(9-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막을 내렸다. 5회씩 공연했는데, ‘마농 레스코’는 4,600여명(유료 2,000여명), ‘카르멘’은 9,000여명(유료 4,500여명)이 봤다. 오페라 관객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국립오페라단의 ‘마농 레스코’는 신선하고 치밀한 연출이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수작이었다. 젊은 여성 연출가 이소영은 사실적 묘사 대신 간단명료한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했다.

여기에 박동우의 무대디자인과 김창기의 잘 계산되고 세련된 조명디자인이 만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공중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로 부두 장면을 처리한 3막은 한국 오페라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주역 가수들의 열연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절망적인 두 연인으로 짝을 이룬 소프라노 이향란과 테너 이현의 노래와 연기는 나무랄 데 없는 것이었다.

연인을 구하려고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데그뤼 이현과 사막에서 ‘홀로 버려졌네’를 부르는 마농 김향란의 처절한 아리아는 가슴을 아프게 했다.

마농의 오빠 레스코로 나온 바리톤 최종우의 멋진 음색과 자연스런 연기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최종우는 무대에 설 때마다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조역이지만 데그뤼의 친구 에드몬드역의 테너 장신권도 주목해야 할 가수의 등장을 깨닫게 했다.

‘마농 레스코’가 연출의 개가를 보여준 반면, ‘카르멘’은 연출(우태호)이 실종된 듯한 무대였다. 정열과 흥분으로 달아올라야 할 무대에 활기가 없었다.

별다른 특징을 찾기 힘든 무기력한 연출이었다. 연습 부족이 역력한 합창단(대학생 연합)과 지친 기색의 소극적인 연주로 일관한 오케스트라(정치용 지휘 서울시향)는 김빼기 합동작전을 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대의 수확이라면 주인공 호세 역의 하석배, 카르멘 역의 추희명 같은 신인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다.

하석배는 가슴을 파고드는 섬세한 표현력과 아름다운 음색, 몸을 던지는 혼신의 열연을 보여줬다. 그는 이탈리아에 살면서 유럽에서 활동 중이고 국내 오페라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을 기대한다.

깊고 힘있는 저음이 인상적인 추희명은 성깔 있는 집시여인 카르멘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반면 관록의 카르멘 김학남은 음이 미끄러지거나 새고 박자가 틀리는 등 정확하지 않은 노래가 거슬렸다.

노련함만 믿고 음악을 두루뭉실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김학남과 짝을 이룬 또 한 명의 호세 임산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임산은 무겁고 힘있는 좋은 소리를 들려줬지만 음색의 변화가 적어 단조로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조역들 틈에서 유독 프라스키타 역의 소프라노 강명숙이 돋보였다. 관객은 주역만 보는 게 아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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