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3일부터 이틀째 서울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 북한 인공기가 내걸린 것과 관련, 국가보안법 적용여부를 놓고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검찰 수뇌부는 학생들이 남북 정상이 만난 역사적인 ‘대사(大事)’를 축하하기 위해 태극기와 인공기, 한반도기를 함께 게양한데다 15일까지만 벌이는 한시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현행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를 적용하려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며 “굳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수뇌부의 입장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대화의 자리를 갖는 마당에 섣불리 학생들을 사법처리할 경우 북한을 자극, 모처럼 맞은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무부서인 서울지검 공안2부는 학생들이 ‘남북정상회담 대환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더라도 엄연히 국보법 제7조를 위반한 만큼 주동자 색출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이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치밀하게 인공기 게양을 계획하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정상회담기간을 이용해 인공기를 내걸 경우 국민들의 의식이 무뎌지고 수사당국도 함부로 못하리라는 점을 악용한 만큼 엄중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팀 역시 주동자 색출과 사법처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내에서 이처럼 의견이 엇갈린데는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현행 국가보안법의 이율배반적인 모순이 빚어낸 결과”라며 “차제에 적대적 법제가 상호주의에 따라 정비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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