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시트콤 '세친구' 윤다훈요즘 30대는 20대를 휘감았던 시대와 상황의 부담감은 사라졌지만 가슴 한켠에 무거운 의식은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적당히 속물스러움이 생활이라는 영역으로 들어오지만 부정하고 싶어한다. 가끔은 체념으로, 그리고 가끔은 가능성으로 자신의 삶을 계측해본다.
IMF의 여파로 내일의 계획을 세웠던 치밀함도 사라지고 오늘만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산다. 현실은 무겁게 두 어깨를 짓누르지만 늘 가벼움을 꿈꾼다.
요즘 다양한 시트콤중에 단연 인기인 MBC 시트콤 ‘세친구’의 은다훈(윤다훈분)은 서른여섯으로 30대다. 하지만 요즘 30대 표상과는 사뭇 다르다.
친구집에 얹혀 사는 ‘폼에 죽고 폼에 사는’ 넉살좋은 헬스클럽 매니저이다. 잔꾀를 부리지만 결국엔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손해만 본다.
그의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우리에게 웃음으로 다가온다. 영악하지도 못하고 한치 앞을 계산하지 못하는 다훈에게 성인 시청자는 엄청난 환호를 보낸다.
여자를 ‘꼬시려다’ 성희롱범으로 몰리고, 운동하러온 손님들에게 잘하려고 하는 행동이 오해를 사는 등 늘 꼬이고 당하는 식이다. 낙천적인 성격과 그리고 일가를 이룬 코믹연기는 윤다훈을 영역없는 다훈으로 변신시킨다.
물론 다훈이라는 웃기는 캐릭터를 체화하기 위해 과장과 억지스러움이 엿보이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징이니 어쩌랴.
내부 검열의 기제로 작용하는 진중함과 늘 반복되는 일상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오늘의 30대. 이들에겐 다훈은 무거운 현실을 탈출시켜주는 마약같은 환각제다.
다훈의 내일을 생각않고 오늘만을 철없이 살아가는 가벼움과, 잔머리를 굴리지만 그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계산하지 못함이 마냥 부러운 것이다.
비록 브라운관을 떠나면 부담스러운 현실이 앞에 가로막고 있지만 시청하는 동안만은 다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친구’의 다훈은 30대의 역설적 이상형이기 때문이리라.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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