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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두가 놀란 '파격 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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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두가 놀란 '파격 영접'

입력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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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비행기 트랩 앞 붉은 카펫 위에 섰다. 이윽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전용기의 트랩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대통령은 감개무량한듯 잠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6월13일 오전 10시 37분 전용기 위로 펼쳐진 평양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위와 아래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김국방위원장이 박수를 쳤다. 김대통령도 박수를 쳤다. 천천히 김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왔다. 김국방위원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대통령이 마주 잡았다. 분단 55년만의 남북 정상의 악수. 온 국민은 이 순간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CNN 등을 통해 지켜 본 전세계도 놀란 장면이었다.김국방위원장의 순안공항 영접은 파격이다. 한 나라의 정상이 외국의 정상을 공항에서 영접하는 사례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 대외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는 그가 직접 영접을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충격적인 이 ‘깜짝 쇼’를 통해 그는 남한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한순간에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는 의장대 사열, 꽃다발 증정 등 환영 행사 내내 스스럼없는 몸짓으로 김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를 안내했다. 김대통령의 옆자리에 타고 숙소인 백화원초대소까지 동행한 것도 파격이었다. 그는 김대통령이 링컨컨티넨탈에 오르는 동안 왼쪽 차문을 열고 서서 기다리는 정중함도 보였다.

그는 정상회담준비 협상과정에서 ‘상봉’과 ‘회담’ 분리 논란 등 의전을 둘러싸고 일었던 의구심도 일거에 해소시켜 버렸다. 그가 보여준 파격은 회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이 아니라 55년의 분단 체제가 초래한 불신과 대결상태를 끝장내고 상호신뢰와 공존으로 가는 출발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계성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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