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45부터 27분 간 진행된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양측 정상간 본격적인 대좌는 10시50분께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의전차량 안에서 시작됐다.김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순안공항 영접행사를 마친 뒤 함께 차에 올랐다. 파격 중의 파격이다. 김국방위원장이 운전사 뒷좌석에 앉고 김대통령이 그 옆에 자리한 것으로 보아 김대통령에게 제공된 의전차량에 김국방위원장이 동승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양측 정상이 50분 간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까지 22㎞구간을 함께 이동하면서 배석자와 기록자없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차 안에서 사실상 단독회담을 가진 셈이다.
양 정상은 첫 대면 후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대화하면서 평양회담에 임하는 양측 자세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 정상들은 백화원초대소로 가는 도중 평양 시내 일원의 환영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잠시 차에서 내려 평양시민들에게 악수로 답례를 표시한 점으로 미뤄 일단 평양시내 풍광과 대대적인 환영 등을 주제로 얘기꽃을 피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차원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많은 덕담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김국방위원장을 적절히 예우하는 인사말도 건넸을 것이고, 북한 땅을 밟은 이유와 심정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사에 큰 획을 긋는 이번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점,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겠다는 자세 등이 김국방위원장에게 여과없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위기는 백화원초대소에서의 1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을 게 틀림없다.
초청자측 정상이 방문자측 정상과 차량에 동승한 것은 외교관행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양정상의 차중 대화내용은 국내는 물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민족주의를 예의주시하는 해외 각국으로부터 수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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