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남북한 문화재 교류 본격화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문화재 교류와 북한 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방문 도중 동명왕릉(東明王陵)과 강서대묘(江西大墓) 등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대적인 북한 문화유적 공동발굴과 보존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2층 대강당에서는 ‘북한 문화유적과 유물, 남북한 정상회담에 따른 문화재 교류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는 20여년동안 북한 문화재를 연구해온 이호관 전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이씨는 “남북한 문화재 교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어떤 문화유적이 남아있고 북한 당국에 의해 어떻게 재평가돼 왔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동명왕릉의 경우 북한이 수도로서 평양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으로 성역화한 유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화재 보존 방법에 대해서는 “남북한 문화교류가 본격화하면 남북한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는 물론 벽화나 벽화 보존처리를 전공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현지 조사부터 펼쳐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북한 문화유적의 훼손 진행 정도를 고려할 때 공동 발굴과 보존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998년 11월 평양을 방문한 후 최근 ‘평양미술기행’이라는 책을 출간한 경원대 미술대 윤범모 교수는 “강서대묘는 1400여년 전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데도 북한 당국의 무관심으로 점점 훼손진행 상태가 빨라지고 있다”며 “우선 벽화 보존을 위한 제습기와, 이 제습기 가동을 위한 발전소 설립 등을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평양 문화유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윤교수의 ‘평양미술기행’은 미술 교양서적으로는 드물게 출간 1주일만에 초판 3,000부가 팔려나갔고,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12일 오전 최몽룡 서울대박물관장으로부터 평양 미술과 문화유적에 대해 특강을 받기도 했다.
최몽룡관장은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동명왕릉을 방문하게 되면 이는 남북한 문화동질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정상회담후 남북 문화재 교류가 본격화하면, 고분벽화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을 공동으로 만드는 등 문화재 교류가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북한에는 국보 1호인 대동문을 비롯해 동명왕릉(국보 18호), 강서대묘(국보 3호) 등 국보급 문화재 50점, 보물 1호인 평양성을 비롯해 보물급 문화재 53점이 남아있다.
대중가요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평양의 을밀대(乙密臺)와 부벽루(浮碧樓)는 각각 사적 7호와 10호.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입력시간 2000/06/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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