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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빨라야 시청자가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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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빨라야 시청자가 좋아하지"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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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월화드라마로 본 시청률·행태 관계60% : 9% : 3%. 방송 3사가 총력을 기울이는 월·화 드라마 MBC ‘허준’과 SBS ‘도둑의 딸’과 KBS ‘바보같은 사랑’의 시청률 성적표다.

방송가에서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성공을 판단하는 유일한 근거가 된 지 오래. 하지만 작품을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시청 행태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세 드라마는 탄탄한 극본으로 삶의 문제에 진중하게 접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개 방식과 템포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11월 22일 시작해 27일 64회로 끝날 예정인 MBC ‘허준’의 높은 시청률은 사회적 분위기, 사극으로서는 예외적인 빠른 템포, 요즘 시청자의 기호에 부합한 단순한 구조에 기인한다.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는 사회속에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나마 청렴한 사람을 보고 싶어한다.

‘허준’은 그런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허준은 인간의 얼굴을 한 영웅이면서도 성공 이데올로기를 발현시킨 것이다.

그리고 사극으로는 예외적으로 한 회분에 3~4회 반전이 전개되는 역동성, 허준과 유도지로 대변되는 선과 악의 대립구조는 단순함을 좋아하는 시청자의 입맛에 부합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을 의식해 당초보다 24부나 늘이다 보니 극적 긴장도는 이완되고, 종반부로 갈수록 선악 단순구도만 심화했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인 재미를 위해 가벼운 것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상마저 낳았다. 높은 시청률을 의식해 작품을 늘이다보니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져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비해 27일로 끝나는 KBS ‘바보같은 사랑’은 텔레비전이 외면하는 밑바닥 서민들의 사랑을 찡하게 그린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이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획의도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시청률지상주의가 판치는 방송가에서 작가 노희경과 연출자 표민수PD는 흔히 다른 드라마 제작진들이 하는 것처럼, 시청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드라마 내용과 방향을 전환해 표피적이고 감각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종일관 드라마를 너무나 완만하게 전개시켜 시대감각에 맞는 서민들의 사랑의 군상을 그리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단순하고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외면도 낮은 시청률의 원인이었다.

5일 첫 방송된 SBS ‘도둑의 딸’은 아직 초반부. 절도범 부모를 둔 가정이 한 경찰관의 사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고 있는 ‘도둑의 딸’ 역시 서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옥이 이모’ ‘달팽이’‘은실이’를 연출한 성준기 PD의 자기 색깔 고수는 시청률에 따라 연출방향이 바뀌는 풍토에서 높이 살만한 자세이다.

시청률 9%는 상당부분 성준기PD의 연출관과 작품세계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 전반적인 드라마의 흐름은 건강하지만, 그러나 웃기려는 가벼움이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

진중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드라마적 재미와 작품의 긴장성이 없으면 시청자가 외면한다는 사실. 또 시청률 덫에 걸려 드라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횟수만을 늘리는 고질적인 병폐. 단순하고 가벼운 그리고 표피적인 드라마만을 선호하는 일부 시청자의 시청행태. 공통점이 있으면서 60% : 9% : 3%라는 엄청난 시청율 차이를 보이는 세 드라마가 제시하는 드라마와 시청행태에 대한 비판과 방향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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