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하페즈 알-아사드는 사담 후세인과 중동 맹주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이었다. 서방측과 대결하는데 있어 아사드는 사담 후세인보다는 훨씬 교활한 면모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곧잘 중동의 줄타기꾼으로 불렸고, 중동평화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아사드는 30년동안 철권을 휘두른 독재자였다. 쿠데타로 집권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사담 후세인과 비슷한 중동의 터프가이였다.■아사드가 심장마비로 죽자 아들 바샤르 아사드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형식상 선출이지 실질적으로는 권력의 세습이다. 올해 서른네살의 바샤르는 원래 안과의사가 되려고 영국에서 유학중이었다. 그런데 형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그는 의사의 꿈을 접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한마디로 왕세자 수업이었던 것이다. 아사드 대통령이 죽자 시리아 국회가 바샤르를 추대하기 위해 하루아침에 헌법개정까지 하는 것을 보면 시리아는 바로 아사드일가의 나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바샤르는 컴퓨터광이며 인터넷 사용을 권장하고 부패추방 운동을 벌여왔다고 한다. 바샤르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보도이다. 미국신문들도 바샤르의 권력승계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전한다. 그러나 바샤르의 앞날이 그렇게 탄탄한 것 같지는 않다. 군사강국인 이스라엘에 옛 영토 골란고원을 내준 상태이고, 냉전시대 기량을 발휘했던 아버지의 줄타기외교도 주인이 바뀐 이상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거의 200개의 나라가 있지만 시리아는 우리에게 정말 낯선 나라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20세기 후반들어 중동은 가장 예민한 분쟁의 화약고라는 점이다. 중동의 분쟁은 바로 세계 에너지파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석유가 우리 에너지원으로 남아있는 한 중동의 불안정은 우리의 관심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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