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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문시장 왜곡시키는 '증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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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문시장 왜곡시키는 '증면경쟁'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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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독자들은 매일 지면을 보고 있지만 정작 신문사의 경영이나 시장문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 혹시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맑고 깨끗할 것이라고 하는 대답도 나올 수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공익적인 여론기관이며 기자들이 일하는 곳이니 그렇게 생각할는지 모른다.그러나 실상을 들춰보면 신문경영과 신문시장만큼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데도 없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신문들은 발행부수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신문들이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수를 공개하는 경우에도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신문들과 서로 비교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창립한 지 10년도 넘은 발행부수공사기구(ABC)도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 아니라 신문시장의 무질서와 불공정 실태 또한 치유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국간 살인사건 때문에 ‘신문전쟁’도 벌어졌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시정명령과 벌금을 내리기까지 했지만 불공정판매행위는 잠잠하다 싶으면 불사조처럼 부활하곤 한다.

한국 신문의 고질적인 약점을 또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일부 신문의 지면이 요즘들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로 광고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을 때 일부 신문은 1일 32∼36면, 다른 신문은 1일 24∼28면까지 지면을 대폭 줄여 발행했는데 다시 광고시장이 폭발적으로 활기를 띠면서 일부 신문들의 지면수는 1일 60면까지 이르고 있다. IMF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난 실정이다.

증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값싼 구독료로 부피 많은 신문을 사보는 걸 싫어하는 독자는 없다. 문제는 증면의 배경이 정작 엉뚱한 데 있으며 그 때문에 과열경쟁과 시장무질서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이 지면을 늘리는 것이 독자들에게 서비스 할 뉴스와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지난 10년간의 추세를 보면 증면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광고를 더 많이 싣기 위해서다. 지면 수는 광고시장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왔다. 신문이 판매보다는 광고를 먹고사는 존재로 변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신문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란 정작 얼마 되지도 않고 제작비만 건져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증면경쟁 때문에 덩달아 신문판매질서가 다시 문란해지고 있는 점이다. 독자 확보를 위한 값비싼 경품 제공과 무가지(無價紙) 투입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신문판매자율규약 위반행위는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무가지와 강제투입이 가장 많았고 경품류 제공도 적지 않았다. 신문판매경쟁이 다시 치열해진 것은 바로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나아가 광고수입을 증대하기 위해서다.

일부 신문들이 증면경쟁을 주도하는 이유는 그들이 광고 수주에서도 크게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대신문사들만 선호하고 그 지면을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까지 벌이지만 반대로 중소신문사들은 오히려 광고를 따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IMF사태를 거치면서 이런 독과점 양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이탈한 작은 신문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일부 신문들은 판매경쟁을 주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더 높였던 것이다.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신문시장의 독과점이 바로 여론을 지배하는 독과점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여론이 일부 큰 신문의 논조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 못할 경우 소수 신문의 논조에 의해 독자들의 눈과 귀가 가리워지는 사태가 초래될는 지 모른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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