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상임고문이 11일 모교인 목포상고 개교 80주년 행사에 참석, 동문회로부터 ‘자랑스러운 목상인 상’을 받았다. 권고문은 행사후 40여분간 모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진한 감회에 잠겼다고 한다.이날 행사에는 역시 목포상고 출신으로서 권고문의 대선배이기도 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치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고교 개교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의 치사가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허경만(許京萬) 전남지사가 대독한 치사에서 김대통령은 ‘모교 사랑하는 마음’을 후배들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권고문의 모교 방문은 ‘금의환향’이라는 수식이 조금도 넘치지 않는다. 그는 김대통령 당선의 1등공신이었고 비록 ‘무관(無冠)’이긴 하나 여전히 여권의 2인자로 통한다. 권고문은 수십년간 김대통령을 모시면서 웬만해서는 ‘조명받는 자리’는 피한다는 2인자의 준칙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권고문측은 총동문회가 그를 수상자로 결정한 지난 7일부터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김대통령의 치사를 듣는 권고문의 머리속에는 그와 김대통령이 함께 치러야 했던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갖은 풍상을 겪고서 뜻을 이룬 사람이 손자뻘되는 후배들 앞에 섰으니 그 감개가 오죽했을까.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온 나라가 매달려 있는 마당에 일개 고등학교 행사를 보도자료를 돌려가며 홍보하는 것은 인지상정을 넘는 일이 다.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권고문이 너무 작은 일에서 삼페인을 떠뜨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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