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북한측 요청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하루 연기된 데 대해 “북측이 좀 더 잘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의(善意)’로 받아들였다. 김대통령도 10일 밤 늦게 방북 연기를 요청하는 북측 전언통신문에 대해 보고받고 “55년 동안 기다려온 만남인데 하루 더 기다릴 수 있지 않느냐”고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김대통령은 “일정이 늦춰진 데 대해 잘 대처,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 일단 외형상 청와대는 별다른 동요없이 차분한 모습이다. 청와대는 일정의 연기와 상관없이 비상근무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방북 하루를 앞두고 일정이 연기된 점이 왠지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우리 언론의 경쟁적 보도에 대한 북측 불만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관계자는 “일정의 하루 연기가 남북정상회담 전반의 차질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제기를 고려,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과 박준영(朴晙瑩)대변인 등은 “주요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황수석은 “선발대가 보고해온 내용을 보면 북한이 얼마나 성의껏 김대통령을 맞이하려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그야말로 더 나은 준비를 위해 연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대변인도 연기 이유로 밝힌 ‘기술적 준비관계’에 대해 “순수한 행사준비 때문”이라며 “55년만의 정상회담이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북측이 철저하게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당국자들은 이처럼 ‘남북정상회담 이상무’를 공언하면서도 일정 연기의 이면에 ‘안전 문제’가 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남측 언론에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보도되고 이에 따라 북측이 안전문제를 염려, 방북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는 분석인 것이다.
박대변인 등은 “그동안 일정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언론이 너무 협조를 해주지 않더라”면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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