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철저한 리듬의 게임이다. 한 동작 동작이 신체의 자연스런 리듬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육체와 정신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불가항력의 조건과도 자연스런 조화를 이뤄야 한다.시간과의 조화 문제를 얘기할 때 우리는 생체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생체리듬이 외부와 조화를 이룰 때 쾌적한 기분에 좋은 결과를 얻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쾌감을 느끼고 결과도 좋지 않기 마련이다.
미국 LPGA에 진출한 한국 여자골퍼들의 승전보를 애타게 기다리던 골프팬들은 박지은의 데뷔 첫승 소식에 다소 갈증을 풀게 됐다. 박세리, 김미현에 이어 박지은이 미 LPGA 무대에 가세하자 골프팬들은 한국 낭자 붐이 일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지만 한국 여자골퍼들은 번번히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들어 반년이 지나도록 시즌 첫승 소식이 없자 데뷔 첫해에 각각 4승, 2승을 거둔 박세리 김미현도 역부족이 아닌가 걱정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골프가 철저한 리듬의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팬들의 기대가 조금 성급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한국 낭자들은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다. 미 LPGA 데뷔 첫해인 1998년의 박세리 우승기록을 보자. 5월에 첫승을 올린 뒤 7월에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1999년에는 6·7·9월에 각각 한 차례씩 우승했다. 박세리의 골프리듬은 5월쯤 발동이 걸리기 시작해 7월이면 피크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김미현의 경우, 미 LPGA에 진출하기 전인 1997년 국내기록을 보면 8월에 한 차례, 9월 두 차례, 10월 한 차례씩 우승했고, 1998년에는 5·9·10월에 각각 한번씩 우승했다.
미 LPGA에 진출한 1999년에는 9·10월에 우승기록을 세워 9-10월이 절정기임을 알 수 있다. 박지은의 1999년 퓨처스투어 우승기록을 보면 6월 두차례, 7월 두차례, 8월 한 차례 등으로 골프리듬은 6·7월이 절정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낭자들의 골프리듬은 대체로 6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 10월까지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여름철이 절정기인 셈이니 이제부터 승전보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아마추어골퍼들도 자신의 생체리듬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연중 몇월에 좋은 기록을 내는지, 오전 오후가 어떻게 다른지, 한 라운드에서도 전반에 강한지, 후반에 강한지 등 자신의 리듬을 파악해두고 결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하면 골프가 달라진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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