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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비디오]'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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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비디오]'체크포인트'

입력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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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어리석음 나직이 설파전쟁을 부추기고 찬양하는 전쟁 영화는 없다. ‘람보’와 같은 상업적 영화나 ‘그린 베레’와 같은 국책 영화도 어줍지 않게나마 반전을 내건다.

그럼에도 전쟁은 끊이질 않고, 그래서 전쟁 영화 목록도 점점 두터워진다.

호국의 달 6월에,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전쟁 영화로 러시아 영화 ‘체크포인트(Checkpoint·18세 이상 가, 영성)’가 있다. 1998년도 작품으로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검문소’라는 제목으로 출품되었으며, 러시아 영화제 그랑프리,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감독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감독은 우리에게는 초면인 알렉산드르 로고슈킨.

코카서스 북부 지방에 배치된 8명의 젊은 러시아 병사가 겪는 전쟁의 한 자락. 우발적인 사고로 민간인을 쏜 사건 때문에 본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초소에 유배되는 통뼈, 꼴통, 뽕꾼, 쥐돌이, 짠돌이, 고릴라, 오줌싸개와 이들을 이끄는 다혈질의 중사. 돈 대신 총알로 카드놀이 결산을 하는가 하면, 총알 30발을 내주고 마을 여자와 숲에서 재미를 보기도 한다.

수류탄 한 개를 들고 마을로 내려가면 술 두 병을 얻어올 수 있다. 자신들을 지켜줄 무기를 팔아 하루하루를 소일한다. 유일한 사건은 이따금 날아오는 저격병의 총알과 마을 사람들의 이유 있는 야유.

그런 가운데서도 꼴통과 마을 소녀 마샤 간에 사랑이 싹트고, 애완 쥐 무덤에 매일 새 꽃을 놓으며 “호강하니 좋겠다”고 하고, 탄창을 두드리며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같지 않은 클라이막스가 온다. 저격병은 바로 14살 소녀 마샤였고, 그녀가 꼴통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여 총을 겨눈 순간, 양떼는 뽕꾼이 홧김에 설치한 지뢰를 밟는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저격병의 총탄에 이따금 응수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앳된 얼굴의 병사들은 야생화가 만발한 벌판에서 철학자가 되다시피 한다.

“쥐와 반년이나 함께 했으니 쥐의 생명의 1/3을 함께 한 것이고 그러니 안타까울 것 없어. 인생은 간단해. 먹고, 자고, 싸면 돼” “무서운 건 인간이지 늑대가 아니야”

이렇다할 총격전 없이 전쟁의 어리석음을 나직이 설파하는 ‘체크포인트’는 상황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 주제의 측면에서 미국 감독 키스 고든의 ‘휴전’과 비견된다.

1944년, 눈으로 뒤덮인 아르덴 숲에 고립된 6명의 젊은 병사가 어이없는 오해로 희생된다. 그들은 왜 거기에 있어야했고, 총을 겨누고, 죽어야 했으며, 그래서 남은 사람들은 무엇을 얻었는가.

◆감상포인트/‘코카서스 죄수’를 함께 보며 이 지역의 분쟁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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