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마다 직원들을 향한 ‘구애작전’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으로의 이직, 신규인력 전입 등으로 자칫 모래알처럼 흐트러질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한가족’ 의식으로 새롭게 다잡기 위한 노력이다.“인격개발팀의 이영훈입니다.” “삼성동지점의 임인경이에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는 초면인 듯한 남녀가 서먹한 표정으로 마주앉았다. 이 남녀의 중매쟁이(?)는 다름아닌 회사. 두 남녀는 본점과 지점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사원들 간의 인화력을 다지기위해 SK증권이 마련한 본남지녀(本男支女)행사의 첫 주인공들.
“입사면접 때 무슨 질문받았어요?” “별명은?” “삼행시 지을까요?” 회사가 대주는 데이트비용으로 카페와 포켓볼당구장, 호프집 등으로 장소를 옮기며 상사의 욕까지 마음껏 해댄 이들은 밤늦게 자리를 마칠 때쯤에는 “그래도 우리 회사가 최고”라며 어느새 ‘SK맨’으로서의 자긍심에 젖었다.
SK증권 김영식(金英植·41)홍보팀장은 “지난달 사보를 창간하며 기획한 첫 행사였다”면서 “참가 신청자들이 쇄도해 이번 회엔 누구를 ‘간택’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장과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도시락미팅’을 여는 곳도 있다. 경기 과천에 본사를 둔 코오롱건설은 지난달부터 점심시간을 이용, 민경조(閔庚朝·57)사장과 직원들이 마주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벽 허물기’를 시작한다.
“사장님은 연애결혼하셨나요?” “임대리는 주량이 얼마입니까.” “야구서클 고문이 돼주세요.” “대북 SOC투자는 중동특수와는 다릅니다.” 눈을 맞춰가며 갖가지 화제로 100분 가량의 미팅을 끝내고 나면 그야말로 서로가 공동체의 한식구 임을 체감하게 된다는 것. 이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 역시 ‘호프미팅’ ‘햄버거미팅’ 등을 도입해 경영자와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거리를 좁히려 애쓰고 있다.
이직·신입직원이 특히 많은 S정보통신사는 행사지원에 나갔던 수백만원짜리 컴퓨터 등을 단돈 50,000만원에 직원 가족들에게까지 나눠주는 행사를 마련한 데 이어 매달 1일을 ‘호프데이’로 지정, 직원들에게 인근 맥주집과 술을 공짜로 공급해 ‘인화단결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이용한 식권을 추첨해 50명에게 매달 가전제품을 선물하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전 부서가 참여한 에어로빅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각자가 원하는대로 복리후생 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를 도입한 LG유통의 신진호(申珍昊·29)대리는 “요즘들어 회사들마다 경쟁적으로 직원 만족도 제고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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