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동시에 방문중인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중국당국이 의전 및 예우에 당황하고 있는 기색이다.노전대통령의 경우 당초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8일 면담을 갖기로 돼 있었으나 2-3일 전 중국측으로부터 취소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일정 취소를 통보하면서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설명을 요청한 주중 한국대사관측에도 ‘江주석의 일정상’ ‘다음에 설명하겠다’고만 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면담 취소는 외교관례를 크게 어긴 것이지만 江주석의 일정이 이런 ‘결례’를 무릅쓸만한 급박한 것도 없었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중국인들은 평소“라오펑요(老鵬友·옛친구)는 잊지 않는다”는 말을 자랑처럼 사용하는데 江주석도 이런 뜻에서 양국 수교당사자인 노전대통령을 접견할 계획이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면담 취소 배경을 얼마전 방중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려 등으로 유추하고 있지만 사실은 동시에 방문한 한국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의전균형’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의 일정은 애당초 베이징(北京)과 지방 한 곳에서 겹치게 돼 있었다. 특히 노전대통령뿐만 아니라 김전대통령도 江주석과의 면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일정이 조정돼 두 사람이 중국에서 마주치지는 않게 됐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미 결정된 면담일정을 중국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과 함께 중국당국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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