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은 8일 사정당국이 현충일인 6일 골프를 친 고위 공직자의 명단을 내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접대성 골프가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겠느냐”면서도 난감해 했다. 고위공직자의 인사자료로 활용할 사정당국의 내부활동이 공개된 데 대한 당혹감도 있지만 자칫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총리실의 사정 담당 간부는 “경제 동향이 심상찮고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다름아닌 현충일에 골프를 즐긴 것은 국민에게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그러나 “공직자가 골프를 치고 안치고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일로 휴일에 자비로 친다면 문제삼을 일이 못된다”면서“다만 현충일이라는 때가 좋지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 및 정부 중앙청사의 일부 간부들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골프를 치는 것을 문제삼은 경우가 없었는데 공직기강확립을 빌미로 골프금지령이 내렸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는 “때가 좋지않다”며 아예 주말 골프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정부 과천청사 주변도 이날 하루종일 ‘현충일에 골프 친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불이익설 등으로 분위기가 흉흉했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정부가 최근 공무원 근무태도 점검에 나서는 등 기강을 바짝 죄고 있다”면서 “최소한 6월중 주말 골프부킹은 일찌감치 취소하는 분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에서는 군 고위관계자들이 현충일에 골프를 치다가 사정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에 “아무리 골프장이 영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군인이 현충일에 골프를 칠 수 있느냐”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현충일 오후에 계룡대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던 군 고위관계자들이 육·해·공군본부의 수뇌부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현충일 행사의 주무부처나 다름없는 군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며 “일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 5·18전야 술판으로 홍역을 치른 마당에 군 수뇌부가 그만한 분별도 없느냐 ”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현충일에 태릉 남성대 등 비영내 군골프장 이용을 금지하도록 하고 영내골프장 이용은 가능하다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면서 “사정당국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지만 오후에 영내골프장을 이용했다면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군 고위관계자들이 순국선열의 정신을 기려야 할 현충일에 골프를 즐겼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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