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논의할 의제는 사실상 한반도의 모든 현안이다. 하지만 양측은 가시적 성과도출을 위해 치밀한 전략에 따라 구체적 사안을 집중 거론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등에서 논의될 의제를 주제별로 정리해본다.■신뢰구축
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얻게될 가장 큰 성과로 남북 간 불신해소및 신뢰구축을 꼽는다. 정상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해온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과 전쟁 및 국지적 분쟁 예방을 위한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을 제의할 예정이다.
또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정상 간 개인차원의 신뢰구축도 중요하다고 보고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도 94년 이산가족상봉, 핵비보유원칙 확인과 함께 핫라인설치 제의를 준비했었다.
북측이 회담정례화 및 서울방문 제의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2차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개성 등 북측개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여러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 놓고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당국대화
정부는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이 한반도 평화의 요체라고 보고있다. 김대통령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내정 간섭을 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향해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 기본합의서 정신과 문구를 이번에 재확인한뒤 가급적 정상 공동성명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남북정상들이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와 호혜적인 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력의지를 천명하고 상호 적대정책의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1차 목표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통령은 기본합의서에 규정된 3개 공동위와 핵통제 공동위를 가동시키는 데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북측도 경제공동위 가동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간 대화를 정상화하는 노력의 하나로 판문점 또는 서울·평양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물론 정상이 합의하는 사안을 처리할 총리급, 장관급, 차관급 대화와 적십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산가족
지난 4월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부터 평화문제까지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남측의 열망을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여서 그 어느 때보다 성과가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고령화하는 이산가족들의 한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뒤 해결방안을 제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산가족문제의 일회성 해결을 지양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北京)차관급회담에서 내놓았던 매월 100명씩 1-2회 상봉 생사확인을 위한 매월 1회 300명의 명단교환 매월 2회 우편물교환 판문점 면회소 설치 등이 이번에 재협의 될 확률이 높다. 물론 1985년의 고향방문단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대해 김국방위원장은 이산가족문제의 화급성을 인정하고 해결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하거나 적십자회담등 후속회담개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양측은 공동성명에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이며, 북측은 민족대단결 10대강령 등의 문구를 인용하자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
합의가 가장 용이한 분야중 하나다. 경제회복을 제1순위로 삼고 있는 북한은 남측의 사회간접자본투자, 교역활성화, 대북투자에 전향적 태도를 취할 개연성이 높다.
경협 문제는 정상회담보다는 남측 공식수행원 및 경제계인사와 북측 실무자간 접촉등에서 구체화할 것 같다. 지난달 중국방문중 정보통신업체를 방문했던 김국방위원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남측 기업의 첨단산업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경제계 인사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북한이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내심 남측의 비축무연탄 및 발전설비지원 등을 희망하고 있다. 또 서해안지역의 남측공단 건설에 대비, 경의선 철도를 복원하는 방안과 열차를 타고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북측의 의중이 확인된다.
아울러 경제협력의 안정적 기반인 투자보장 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분쟁 조정기구설치 및 청산결제실시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남측의 역점추진 과제다. 특히 북측은 국제금융지원을 위해 남측에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차관 보증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매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농업기반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도 거론될 수 있다. 비료공장 설비지원, 비료등 농자재 지원, 경작지복구를 위한 장비 지원등이 현안으로 떠오른다.
■체육교류
정상회담은 물론 김운용(金雲龍)대한체육회장, 정몽준(鄭夢準)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채널이 될 수 있다. 남측은 우선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 남북선수단이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제의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 아시안컵 공동입장 또는 남북단일팀 구성, 2001년 세계탁구대회 단일팀구성,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및 남북분산개최,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방안등도 타진된다.
북측은 선례가 있은데다 부담이 적다는 점 때문에 호응해 올 가능성이 높다. 이 합의는 실천이 용이해 공동성명에 반영될 수 있다.
■북방한계선 및 핵·미사일
북측은 서해 5도주변 북방한계선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이 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북측 입장을 감안,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간 핫라인설치와 북방한계선 주변해상에서의 어업협력을 대안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페리 프로세스’를 주도한 정부로서는 한반도 안정과 직결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통령이 어느 수준에서 어떤 논리로 이 대목을 터치할지가 주목된다. 동아시아 평화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남측주장을 완곡히 설명하는 방안, 보다 적극적으로 ‘페리 프로세스’에 대한 북측의 적극적 호응을 촉구하는 방안, 남북비핵화선언을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방안등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방안
북측은 7·4남북공동성명의 민족대단결 정신을 강조하면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강조할 것이 확실시 된다. 국가보안법문제, 장기수문제등 껄끄러운 문제를 제기할 여지도 있다. 남측은 현재 한반도 평화정착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들면서 불신해소방안을 우선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
정상회담후 작성될 공동성명에서는 합의도출 가능성이 높은 신뢰구축, 한반도평화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 이산가족문제 분야가 우선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문구나 문맥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도 있다. 더욱이 북측은 공동성명의 단어 하나 하나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러 들 것으로 보여 진통도 예상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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