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堂山) 김철(金哲·1926-1994)은 몽양 여운형, 죽산 조봉암의 대를 이은 혁신계, 즉 한국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대표적 정치가였다.1959년 민주혁신당 대변인을 맡았고 1970년 통일 사회당 위원장, 1985년 사회민주당 위원장을 지내며 진보정치 실현을 위해 일생을 걸었지만, 한편으로 한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정치가였다.
그의 6주기를 맞아 당산의 생전 저작을 모은 ‘당산 김철 전집’(해냄) 전 5권이 출간됐다. ‘몽양 여운형 전집’ ‘죽산 조봉암 전집’에 이어 이번에 ‘당산김철전집’까지 출간됨에 따라 한국 진보정치사 연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전집간행은 김철선생 추모회(회장 서영훈) 사업의 일환으로 1998년 간행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추진돼왔다.
간행에 참가한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 양호민 한림대 석좌교수, 김규동 시인, 지명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 임종철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탐라대 총장, 한완상 상지대 총장, 김학준 인천대 총장 등은 그의 생전 동지와 후학들. 간행위원회는 전집 출판을 기념해 9일 4시 서울프레스 센터에서 김철의 사상을 조명하는 심포지움을 갖고, 이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논문에서부터 신문 논설, 각종 인터뷰와 개인 일기에 이르기까지 김철 관계 문헌을 망라한 전집은 그가 깊숙이 관여했던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현장와 역사를 생생히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집은 1974년 결성된 ‘민주회복국민회의’의 선언문을 기초하고, 집회를 실질적으로 조직한 것이 한국의 사회민주주의자였다는 점 등을 보여준다.
또한 정치가 이전 사상가로서의 김철의 면모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사상은 개방적이면서 자주적 민족사상, 민주적이면서 사회주의적인 사회경제사상으로 요약된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노동자의 정치참여보장, 복수노조 인정,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제 등 그간 점진적으로 실현된 진보적 정책들은 이미 1960년대 이래 김철이 꾸준히 주장해온 것들이었다.
또한 일찍부터 국제 연대에 눈을 떠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 운동의 한국대표로 자타가 공인한 인물이었다. 또 그는 국가보안법,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험난한 정치적 여정을 밟았지만, 실천과 신념에 굽힘이 없는 지사적 정치가로 이름높았다.
간행위원장인 이만열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계층간 격차와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의 위기상황에서 김철 선생의 정치철학이 소중한 지침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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