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은행빅뱅을 주도하게 될 새로운 카드로 금융지주회사가 전면 부상했다. 15일 공청회를 통해 금융지주회사법의 실체가 공개되고 이달중으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내 은행산업은 금융지주회사의 ‘깃발’ 아래 일대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의 대형화·종합화는 물론 은행의 부실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왜 금융지주회사인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은행합병은 전세계 은행산업에서도 최대 이슈다. 세계 상위권의 금융기관들이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거대 합병(메가 머저)’에 사활을 걸고 있어 전세계 은행순위는 하루가 멀다하고 뒤바뀌고 있다. 99년 3월 일본의 후지(富土)·니혼코교(日本興業)·다이치강교(第一勤業) 3개 은행이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합병을 선언함에 따라 총자산 141조엔 규모의 세계 최대 금융기관이 탄생하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란 몇개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Holding Company)의 형태. 따라서 자회사의 경영권은 주식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가 갖되 자회사는 특화된 분야별로 업무를 나눠 운영하는 식이다. 한빛·조흥·외환은행 등 공적자금투입 은행의 경우 금융지주회사 설립 후 유사 부문을 통폐합, 기업금융·소매금융·국제업무 등 사업부문별 자회사로 분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가 부실처리는 물론 합병의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아래 배드뱅크(부실채권처리은행)를 별도로 신설, 부실자산을 넘기면 국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훨씬 유리해진다. 또 장부상 부실부담이 없는 페이퍼컴퍼니(가공회사) 성격의 지주회사의 주가가 오를 경우 공적자금 회수에도 이점이 있다.
종합금융그룹의 탄생 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부실처리와 대형은행 탄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증권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종합금융그룹화를 지향하고 있다. 전세계 은행들은 디지털시대에 맞는 금융인프라를 구축하고 전통적인 은행업무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겸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 98년 4월 미국의 시티은행과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트래벌러스보험 간 초대형 합병이 이루어진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미국은 종합금융그룹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말 ‘금융서비스 현대화법’을 제정, 은행·증권·보험간 차단벽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신한은행이 최근 은행·보험·증권·캐피털·투신운용 5개사를 자회사로 소유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하는 등 종합금융그룹화 바람이 서서히 거세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겸업화가 가속화할 경우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柳龍柱)수석연구위원은 “금융빅뱅의 종착점은 종합금융그룹의 탄생”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기관 간 이합집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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