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뤄질까. 남북 정상회담을 상징적으로 전세계에 보여줄 장면이자 회담 분위기를 좌우할 첫 대면이므로 양측 의전 관계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양측은 두 정상의 보폭, 자리 배치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첫 만남은 악수를 나누는 부분과 인사말 교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먼저 악수는 다소 뜨겁게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의 신뢰구축과 화해를 위한 첫 만남이어서 서로 마주보고 두 손을 맞잡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은 평소 힘이 없다고 느낄 만큼 가볍게 악수를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사회주의식 만남은 독특하다. 두 손을 맞잡고 감싸는 듯한 악수만으로는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인지 2~3차례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과거 동독과 소련 등 공산권 국가 수뇌들은 격렬하게 볼을 비비고 상대의 뺨에 입맞춤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지난달 29-31일 중국방문에서 김위원장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두손을 맞잡는 악수를 한 후 2-3차례 포옹을 했다. 江주석이 1991년 당총서기 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어 두 사람은 구면이었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초면인데다 사회주의식 포옹은 남한 국민에게는 정서상 낯설어 배제될 공산이 크다.
악수와 함께 건넬 김대통령의 인사말은 “만나서 반갑습니다”로 결정됐다. 55년만의 남북정상간 대면을 이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말이 드물다는 판단에서다. 김대통령이 즐겨쓰는 “안녕하십니까”는 가볍고, “건강하십니까”로 말하면 공연한 오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 참고로 김위원장은 江주석에게 “반갑습니다”로 인사했고, 江주석은 “안녕하세요”로 응대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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