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식과 정보만 믿는 사회는 쇠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식과 정보만 믿는 사회는 쇠퇴

입력
2000.06.08 00:00
0 0

하스미 시게히코 도쿄대총장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東京)대 총장은 7일 오전 이기준(李基俊) 서울대총장과 양교간 교류·협력에 관한 조인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도쿄대와 서울대는 동아시아 문화를 세계속에 알리는 중심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3월 도쿄대 졸업식 치사에서 도쿄대 출신 지성인들의 자기성찰을 촉구, 화제가 됐던 하스미 총장은 지난 60년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문학비평가이다. 그는 또 플로베르, 데리다 등 프랑스 현대사상 소개자로 유명하고 계간 영화지 편집장을 맡을 만큼 영화전문가이기도 하다.

_양국은 과거청산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36년간 한국을 지배한 잘못을 저질렀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적어도 36년의 두배인 72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먼저 과거청산의 노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50여년만에 화해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양교의 협정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_서울대와 도쿄대 졸업생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덕목을 꼽아 달라.

“98년 도쿄대 졸업식때 ‘도쿄대 졸업생들의 파렴치한 행동이 도쿄대의 (권력 지향적인) 독특한 풍토를 반영한 것이라면 일부의 행동일지라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지식은 있으나 지성을 결여한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 지식과 정보만 믿는 사람과 사회는 유연성을 잃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_도쿄대가 일본 교육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도쿄대는 일본 전체 600여개 대학과 99개의 국립대학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모든 국립대 1년예산의 10%인 1,700억엔이 투입되는 만큼 일본 대학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다. 도쿄대 경쟁력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공학의 경우 세계적 권위의 저널에 발표되는 논문수와 인용건수를 합산했을 때 세계 10위권 대학에 포함된다. 전세계 5,000여개 대학중 상위 1% 이내의 대학이라면 우수한 대학 아니겠나.”

_최근 일본 대학들의 공동 관심사는 무엇인가.

“국립대의 독립행정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옳은 방향이 아니다. 이 개혁의 핵심은 문부성이 교육 기획·입안 기능을 가지는 대신 각 대학들은 문부성이 제시한 방향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다른 행정기관과는 달리 자율적으로 기획·입안하고 이의 실행을 전담해야 하는 조직이다. 우리는 ‘전국 국립대학 협의회’를 구성해 이에 대처하고 있다.”

_도쿄대 교육과정의 특징은 무엇인가.

“학부 1, 2학년은 교양학부에서 교양과정을 이수한 뒤 3, 4학년때 전공을 공부한다. 문부성의 실수로 일본의 모든 대학들이 교양과정을 없애고 있지만 도쿄대는 대학원까지도 교양을 충실히 교육하고 있다.”

_한국의 대학들의 입시제도 개혁과 도쿄대의 입시제도를 비교하면.

“서울대를 포함한 한국 대학들의 입시제도가 일본의 제도보다 우수하다고 본다. 도쿄대는 당분간 필기시험을 실시하겠지만 의학부 등 일부 단대는 집중면접제도를 도입했다.”

_일본 대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영화 교류 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양국 젊은이들의 문화적 교감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쉬리’와 ‘러브레터’의 경우가 극명한 사례라고 본다.”

_도쿄대 총장으로서 갖고 있는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인지시키고 무한한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독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이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는 자각만이 인간의 자유를 보장한다.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젊음의 가치다.”

-정보화시대에 교육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의 특징은 ‘중심’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횡적인 관계에서 진행되고 개인적으로 이를 혼합성(hybrid), 영역횡단이라고 부르고 싶다. 대학들도 학내 네트워크와 학교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김태훈기자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