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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진, 금호미술관서 기획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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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진, 금호미술관서 기획전시

입력
200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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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틀속에 삶을 비춰 보세요"액자의 틀은 그림이 아니다. 캔버스를 위해 존재하는 액세서리일 뿐. 그러나 장화진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서양화과 교수는 그림과 액자 사이의 이러한 고정된 개념을 뒤집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7일부터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프레임을 프레이밍하기’는 이미 프레임 작가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그가 보여주는 ‘가장자리 미학’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해석할 수 있는 자리이다.

장교수가 가장자리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3년부터. 마대 캔버스의 안은 텅 비워놓고, 캔버스의 옆면에만 붓자국을 남겨 ‘캔버스에 대한 반성’을 시도했던 그의 텅빈 캔버스는, 같은 그림이라도 색깔 알록달록하게, 붓자국 두텁고 빽빽하게 칠해야 왠지 정성들인 좋은 그림일 것이라고 여겨왔던 우리 관객에게 확실히 큰 충격이었다.

2000년 그가 보여주는 액자는 더욱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캔버스가 만든 프레임이 아니라 프레임이 만든 캔버스임을. 10여 년 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액자의 틀은 이번 전시회에서 훨씬 예술적 치장을 더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액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컴퓨터 스캐닝 작업으로 만들어진 평면의 가짜 이미지 액자도 있고, 검정 플래스틱 판에 깜빡거리는 점멸 등(燈)을 테두리로 꾸며놓은 움직이는 액자도 있다. 또 액자의 틀은 캔버스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롤 스크린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빌딩의 창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천장에 걸린 롤 스크린의 레이스 모양 테두리는 액자의 틀이 텅빈 화면 속에서 얼마든지 이미지를 가진 화면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격자무늬로 나란히 줄지어 걸린 여러 개의 액자는 그림과 액자

사이의 관계가 작가가 인위적으로 무너뜨린 경계만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 애당초 경계가 모호했던 ‘관계’였음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틀은 평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틀을 투명 아크릴릭판의 평면에서 네모난 나무상자의 입체로 확장시켜, 미술평론가 윤난지 이화여대 교수의 표현처럼 “이미지를 일정한 프레임으로 틀지울 수 없는 것처럼” 틀 역시 일정한 틀(구조)에 의해 결코 고정되는 것은 아님을 암시한다.

때때로 액자의 틀 속에는 일제 시대 기마경찰, 중앙청, 여자 광고모델 같은 흘러간 우리의 과거가 심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관객들이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도록, 희미한 이미지로 처리, 역시 텅빈 캔버스와 같은, 실체 없는, 잡히지않는 것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장화진 교수는 “부서지기 쉬운 액자의 틀을 통해 점점 흐트러져가고 있는 인간 생활의 규범, 판단기준 같은 것을 음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처럼 여겨졌던 액자의 틀. 작가는 이 액자의 틀을 끊임없이 프레이밍하면서, 가장자리를 만들어가면서, 과거를 유추하고, 현재의 삶을 비추어 보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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