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도 심하다. 옆 자리 동료는 휴대폰을 족쇄라 생각하는데 고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는 휴대폰이 없어 가끔이지만 서럽게 소외감을 느낀단다.그 아이의 반 아이 50명 중 30명 이상이 휴대폰을 끼고 산다고 한다. 수업 중 전화가 오면 뺏기고 가지고 오지 말라는 금지령이 있지만 듣는 아이는 없단다. 마켓팅에서 ‘N세대’라 부르는 10대들 중에는 전화 중독증세인 아이들이 적지 않다.
휴대폰이 있으면 쉴 새 없이 전화를 주고받고 없으면 틈틈이 공중전화로 달려가고 귀가하면 전화기로 돌진이다. 깜짝 놀라게 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 상의없이 아이가 가입한 휴대폰을 해제하려는데 회사가 위약금을 요구한다 등등의 이야기나 뉴스는 널려 있다.
각국에서 행한 휴대폰 마켓팅조사에 따르면 성인들도 멋진 색깔과 어디서나 언제나 ‘터져’친구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에서 휴대폰을 좋아한다고 한다.
사실 휴대폰이 생겨 세상이 참 좋아지기도 했다. 긴급사태가 생겼을 때의 휴대폰 유용성은 얼마전 뉴욕시 택시조합이 911에 자동연결되는 휴대폰을 기사들에게 주기로 했다는 뉴스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회사들이 국외에서 얼마를 벌어오는가 통계가 없어 알 수 없지만 중국 등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아 기대를 갖게 한다. 인터넷이 접속되는 모바일 폰 생산 기술도 별로 뒤지지 않는 듯 들린다.
5월말 영국정부가 발표한 휴대폰 전자파 유해론은 반짝 뉴스를 타는 듯 했으나 곧 망각 속으로 사라질 참이다. 스튜어트 경이라는 과학자가 주관한 이 조사보고서도 하기는 결론이 교묘하다.
“직접적인 안전위험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노인, 10대를 포함한 어린이들의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 이동통신업계의 압력을 사전 예상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스친다.
그런데 마요병원에 따르면(mayohealth.org/mayo/9705/htm/cellphon.htm) 인공심장을 단 사람들에게는 휴대폰이 정말 극약이다. 휴대폰 건강위해론은 여러 사이트에 실려있다.(fda.gov/cdrh/ocd/mobilephone.html)(nrpb.org.uk)
진짜로 휴대폰이 우리 10대에게 위험한 것은 건강 때문이 아니라, 마켓팅이 오도하는 휴대폰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미국도 영국도 휴대폰을 처음 사는 시기는 대학 입학 후가 압도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켓팅 대상의 나이를 갈수록 내려 휴대폰이 중고생·초등학생에게도 ‘폼’나는 물품이 돼 버렸다. 사업을 늘릴 수 있으면 나이 불문이라는 기업정신일까. 톡톡 튀는 광고라면서 삼각관계를 미화하는 것도 예사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운운하는 광고는 한 방울 눈물이 보이기는 하나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일 뿐, 갈등도 있다고 하면 억지주장이다.
광고 트렌드가 그렇다면서 말초감각과 ‘그림’으로 아이들 머리 속을 휘젓는 통신사업자들에게 묻자. “자녀가 없으신가요?”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입력시간 2000/06/05 19:0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