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개원국회가 파행을 모면하고 그런대로 모습을 갖췄다. 투표절차를 거쳐 의장단을 구성했으며, 김대중대통령의 개원연설도 무난하게 치렀다. 이만하면 16대 국회가 그럭저럭 ‘상생의 정치’의 싹을 보여준 셈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개원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치의 안정과 불안’ 두가지 상반되는 단상(斷想)을 동시에 갖게 한다.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개원국회의 매듭을 풀었다는 것은 정치안정의 청신호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주당을 축으로 한 비(非)한나라당 연합이 그 첫번째의 공조실험을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역설적으로 정치불안의 편린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여당 독주의 길이 트였으며, 이로 인해 정치안정을 해칠 소지가 배태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만섭씨가 의장에 선출된 것은 민주-자민련의 공조 복원은 물론 비한나라당 연합 공조의 성공을 의미한다. 비한나라당 연합은 한 표의 이탈없이 똘똘 뭉쳐 철벽공조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로써 비한나라당 연합은 마음만 먹으면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을 배제하고서라도 국회를 운영해 갈 수 있게 됐으며, 법안처리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비한나라당 연합공조에 유념하면서 여야 모두 수(數)의 정치유혹에서 벗어나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정치를 다수의 힘만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른바 상생의 정치가 설 땅을 잃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상대적 소수는 쉽게 투쟁의 유혹을 받을 것이며, 정치는 자연스럽게 상극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드러난 총선민의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16대 국회는 상생이냐 상극이냐의 시험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완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문제가 첫 시험이 될 것이다. 교섭단체 요건의 완화는 여러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어떤 논리로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는 몰염치한 일이다. 여론을 거스르며 날치기로 국회법을 개정하기 보다는 자민련과 군소정당 무소속등이 연합하는 이른바 무소속구락부 방안을 그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 방안은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회의 얼굴격인 의장단이 모두 전국구 의원으로 구성되고, 특히 국회의장에 유신이래 정권의 변천과 무관하게 의원의 신분을 지켜 온 이만섭씨가 선출된데 대해 여러 시각이 있다는 것을 국회는 유념해주기 바란다. 다선의 경륜이 바람직한 국회상을 세우는데 기여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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