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상태인 동아건설이 4·13 총선 때 여야 후보 100여명에게 10억원대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충격적이다. 동아건설은 의혹의 중심인물인 고병우회장의 경영책임을 놓고 경영진과 노조 등이 심각한 내분을 겪어온 터라, 이 폭로의 배경 등은 조심스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내부에서 새나온 폭로자체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내분 탓으로만 돌리고 외면하기도 어렵다.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진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문제된 로비의혹은 우선 워크아웃 상태의 부실기업이 구태의연한 정경유착 관행을 좇아 선거자금을 뿌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조측도 이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비목적이 관료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고병우회장이 기업회생 실적부진의 책임을 면하려는 데 있었다는 지적도 있어, 부실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기업 경영진의 도덕성 차원 등에 국한시킬 일이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워크아웃 기업조차 여야 후보 100여명에게 몇백·몇천만원씩 선거자금을 뿌리는 풍토, 그 고질적 정경유착을 확인하는 일이다. 동아건설이 그 정도 돈을 뿌렸다면, 사정이 훨씬 나은 숱한 기업들이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원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의혹이 아니더라도 지난 선거판의 온갖 개혁구호가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당선여부를 떠나 제대로 뛴 후보는 20억~30억원은 썼다고 하는, 엄청난 불법선거자금은 바로 기업의 검은 돈줄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불법자금원은 끊으려 하지 않은 채, 저마다 깨끗한 선거를 외쳤으니 모두가 위선적 정치놀음을 한 셈이다.
지금도 선관위는 고작 1억원 안팎의 선거비용 신고내역을 놓고 실사작업을 하고 있다. 또 검찰과 법원은 금전살포와 향응 등 불법행위를 한 후보들을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한 곳에서 후보들에게 몇천만원씩 검은 돈이 흘러가는 판국에 후보들이 실제 사용했다고 신고한 돈의 내역이나 따지고, 극히 일부 적발된 불법행위를 엄벌한다고 선거판과 정치풍토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리는 없다. 정경유착의 고리부터 끊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의혹의 또다른 당사자인 정치권은 지레 ‘사정(司正)음모’등을 내세워 의혹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검찰도 어떤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의혹의 진상을 국민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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