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 첫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김대중 대통령의 개원연설은 야당의 참여 아래 모양새좋게 치러졌고 모처럼만에 법정개원일도 지켜졌다. 오전의 의장 및 부의장 경선도 별 무리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개원식은 오후 2시 정각에 예정대로 시작됐다. 여야 의원 273명 중 국무위원석에 자리잡은 이한동 총리서리를 제외한 272명은 상임위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지역구 순서대로 본회의장에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례에 이어 이만섭 국회의장이 ‘희생과 봉사로 새 입법부의 역사를 써 나갑시다’라는 제목으로 10여분 동안 개원사를 한 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김대통령의 개원 축하 연설이 이어졌다.
오후 2시22분께 김대통령이 본회의장 중간 복도를 통해 입장하자 여야 의원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김대통령을 맞았다. 김대통령은 국정 5대 과제 등 국정현안 전반에 걸쳐 20여분간 연설했고 의원들은 연설 중간 18차례나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상당수 의원들은 연설을 마칠 때를 제외하곤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부분은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해서 중요 국사를 대화 속에 추진하도록 성의와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대목.
이총재 등 야당 의원 모두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연설을 마친 김대통령은 중앙통로를 통해 퇴장하며 좌우의 여야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예의를 표했다.
○…김대통령의 16대 국회 개원연설은 개원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여야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다 가까스로 성사됐다.
한나라당은 개원식 전날인 4일 민주당에 대통령 연설과 연계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엄포를 놓기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은 5일 오전 정균환 총무를 통해 “민주적 절차에 따를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유인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 열린 한나라당 총재단 회의에서는 여전히 강경기류와 온건기류가 팽팽히 맞섰다.
의장단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총무접촉이 계속되다 급기야 연설을 불과 30여분 남겨둔 오후 1시30분께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와 민주당 정총무가 이만섭 국회의장 앞에 모여 ‘날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이어 정총무는 한나라당 의총장으로 달려와 “이 정도면 선의를 믿어야 한다”며 “자칫 국회 파행의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며 호소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마지 못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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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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