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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피자·짜장이 한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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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피자·짜장이 한판 붙는다

입력
200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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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화 하면 으레 떠올리는 테마는, 고된 수련과정을 거쳐 ‘맛의 달인’이 되는 것. 그러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만화는 놀랍게도 떡볶이와 마카로니, 군만두가 서로 치고 받는 하드보일드 갱스터물이다.신선한 발상으로 폭넓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익선의 신작 ‘밀가루 커넥션’(도서출판 대원)은 밀가루공화국의 거대한 암시장이 배경이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인스턴트 식품의 폐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밀가루 정부는 인스턴트 식품의 제조 및 유통을 일체 금지하는 ‘금밀법’을 단행한다.

그러나 이미 막대하게 성장한 인스턴트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암흑가 ‘빅3’가 있다.

가장 오래된 ‘신당동파’는 고기만두를 보스로 하며 60년대 분식장려운동의 바람을 타고 학원가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군만두, 짜장 등이 속한 ‘차이나파’는 1970년대 건설붐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1990년대 들어 피자가 이끄는 ‘이태리파’에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중이다.

여기에 이들을 저지하려는 경찰청의 강력반 포크형사와 젓가락 경감이 개입하여 이야기가 꾸려진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황당한 설정을 했을까. 작가 이익선씨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엽기적인’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쁘고’ ‘멋있지만’별 차이가 없는 그만그만한 만화들 속에서 독자와 편집자를 좀 당황하게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발상과 작법은 대책없는 황당함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캐릭터와 상황이 모두 음식이라는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물만두의 얼굴 주름을 홍두께 치료로 펴고, ‘전통’순대가 아닌 ‘시장’순대는 칼에 맞을 때 피 대신 당면이 튀어 나오는 식이다.

그리고 역사를 적절히 꿰어맞춘 상황설정이나 실제 암흑가에서도 그대로 쓰일법한 거칠고 현실적인 대사는 이 만화가 야한 장면 하나 안 나오지만 썩 괜찮은 성인만화임을 보여준다.

대구 계명전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작가 이익선씨는 1996년 데뷔 이후 ‘정글벨’ ‘와이퍼맨’등 대중적으로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독특한 형식과 발상으로 주목받는 작품을 발표했다.

만화잡지 영챔프에 연재 중인 ‘밀가루커넥션’외에 인터넷 만화포탈 ‘n4(www.n4.co.kr)’에 성인용 올컬러 만화를 그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만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면서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차별화된 만화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한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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