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금명간 주력계열사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주요 면면의 거취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높다.현대 고위관계자는 4일 “정몽구(鄭夢九)현대차회장의 사퇴 거부 후 그룹 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책의 하나로 주력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조기 인사 단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점은 이번 현대 유동성문제를 수습하는데 기여한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현대아산 사장,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위원장의 거취. 현대 주변에서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대북사업을 김윤규 사장이 전담하고 김재수 위원장이 현대건설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정몽헌(鄭夢憲)전회장이 맡았던 현대건설·현대전자의 회장직을 공석으로 둘 지, 아니면 전문경영인이 승계하게 될지도 관심거리.
회장직을 승계할 경우 김윤규 건설사장과 박종섭(朴宗燮)전자사장의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는 또 계열사별로 외국인을 포함, 국제적 감각이 있는 전문가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또 ‘명예회장 가신 3인방’의 핵심인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이 여러 시선을 의식, 실질적으로 금융업무를 총괄하되 형식적으로 2선(고문)으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몽헌 전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에 따라 서울 계동 현대사옥 12층 정회장 사무실 문 앞에 붙어있던 ‘회장실’ 간판과 1층 로비에 자리잡고 있던 ‘회장실’ 안내판도 사라졌다.
그러나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15층 사무실은 그대로 존속시킬 계획이라고 현대는 밝혔다.
한편 현대 관계자는 “정몽헌 전회장이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의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전회장이 개인 성명을 낸 것과 달리 정몽구(鄭夢九)현대차회장의 경우 이날까지도 개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은 “동반퇴진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낼 경우 부친에게 정면으로 항명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개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으로서 현대차를 이끌겠다는 정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정회장이 미국에서 귀국한 후 전격적으로 동반퇴진에 동의하는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희망을 표시해 양측의 앙금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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