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유럽이지만 동구권은 경마에 대해 불만이 많다. 영국 등 서구중심으로 운영체계와 규칙이 마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수정에 대한 인식도 극과 극을 달린다.동구에서는 ‘인공수정이든 자연수정이든 좋은 말만 생산하면 되지 왜 통제를 가하느냐’는 입장이고 서구에서는 ‘경주마의 순수혈통을 보존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사람과 달리 경주마는 인공수정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보다 말들이 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경주마의 인공수정 허용론자들은 ‘인공수정의 경제성’을 이유로 내세운다. 실제 암수말들 간에 인공수정을 하면 경비가 별로 들지 않고 간단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수말과 제주의 암말을 교배를 시키려면 한 마리는 이동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운송방법도 복잡하다. 비행기든 배든 일단 바다를 건너야 하고 차량도 필요하다. 목적지에서는 또 말이 지낼 마방을 구해야 하고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
교배중 두 말간 마찰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실부담도 크다. 여기에 말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의 수고비까지 감안하면 자연수정이 여간 간단치 않다.
때문에 동구에서는 좋은 말들끼리 인공수정을 시켜 우량마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말은 국제경마협약에 의해 경주마가 될 수 없다.
우선 베팅을 통해 엄청난 돈이 오가는 마당에 혈통이 확인되지 않거나 어떤 조작을 가해 태어난 말을 경주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수말이 한번 종부(씨앗을 뿌리는 일)하는데 최고 2억원대에 이르고 운송 등 여타 경제적 효과까지 감안할때 함부로 인공수정을 허용하기도 어렵다.
거액의 돈벌이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어서다. 석영일(38)마사회 원당목장장은 “인공수정만을 놓고 볼때 마권(?)이 인권보다 앞서 있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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