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과 30일의 한국-유고전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선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세계적인 강호 유고의 성인대표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한 것이 흡족했다.또 유고의 보스코프감독이 한국축구 문화의 수준이 높다고 칭찬한 것이 유럽축구 문화에 느꼈던 열등의식을 다소 씻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아마 그 칭찬은 유럽에 뒤지지 않는 붉은 악마의 응원때문에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바로 우리 선수들이 과감한 개인기의 축구를 했기때문이었다.
유고의 대스타들을 상대로 어린 선수들은 현란할 정도의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최근 한국축구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1 개인기싸움이다. 상대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나면 패스할 곳이 많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백패스나 횡패스, 또는 롱패스외에는 대안이 없다.
전술적 조직력은 바로 개인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비쇼베츠-차범근감독을 거치면서 한국축구가 긴 패스 위주의 스타일로 바뀐 것이 늘 안타까웠는데 이제 모처럼 제 궤도를 찾은 것 같아 기뻤다.
1997년 세계청소년선수권서 우리 선수들이 브라질에 3-10으로 참패했을 때 한국축구는 언론으로부터 ‘로봇축구’라는 등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다. ‘무참한 스코어차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개인기는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문전에서의 과감한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을 갖춘 저 선수들은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현 올림픽팀에서 개인기파로 분류되는 이관우(부상) 박진섭 김도균 안효연 조세권 등이 바로 그 때 멤버들이다.
현 올림픽팀에 대해 팬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올림픽팀은 지난해 8월 유럽 전지훈련서 강호 체코에 압승하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타다가 일본과의 두차례 경기서 참패한 뒤 그 충격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일본전 패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 올림픽 대표들이 유럽전훈서 귀국하자마자 대부분 당시 열리고 있던 대학대회에 참가했다.
시차적응도 되기 전 8월의 한낮 더위에 2-3경기를 치르면 컨디션이 엉망이 될 것은 뻔한 일. 9월7일의 한·일전에 무리가 따른 것은 당연했다.
‘승리와도 같았던’유고전으로 제 페이스를 되찾은 우리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부디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지않고 2002년 월드컵까지 상승세를 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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