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도 없이 대물림… 시장서 냉엄한 심판현대 정주영 명예회장 등 오너3부자의 충격적인 동반퇴진선언은 그동안 기업경영권을 호주상속하듯 자식들에게 대물림해온 재벌총수들의 세습경영체제를 개혁하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창업주들은 그동안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3세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밀실 족벌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0대재벌중 SK 제일제당 대상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 삼성 LG 한진 등 대부분 재벌창업주가 2∼3세에게 대권을 물려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와 제일제당도 2세의 등극(회장선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사실상 모든 재벌이 대물림경영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재벌들은 그룹오너라는 지위 하나로 불특정 다수의 재산인 상장기업,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전형적인 황제경영을 일삼고 있다.
세습경영은 현대 삼성 LG SK ‘빅4’만의 문제가 아니다. 5대이하 중하위그룹일수록 창업주및 2세 1인위주의 경영전횡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10대그룹내 모그룹의 경우 지난해 3월 창업주와 2세가 탈세혐의등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해놓곤 실제론 원격조종을 통해 황제경영을 지속하다가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황제경영과 대물림경영 등 후진적 지배구조를 고수하는 재벌들에 대해 시장은 냉엄한 심판을 하게된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후 재벌개혁은 사실 정부당국이 아닌 채권금융기관과 국내외투자자 등 시장이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의한 경제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재벌 2세들은 창업주 콤플렉스에 빠져 무모한 사업다각화와 선단식경영으로 몰락을 좌초했다.
많은 2세들이 환란을 전후해 창업주의 가업을 수성해 경영능력을 과시하기위한 부담감으로 무모한 영토확장을 벌이다가 법정관리, 부도, 워크아웃등으로 무더기 퇴출되거나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태, 한일, 진로, 동아, 한라, 쌍용에서 최근 새한에 이르기까지….
세습경영체제 청산은 부도로 쓰러지거나, 자금난에 몰려 시장과 채권단의 힘으로 이루어진게 대부분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104조원의 여신을 받았던 77개 워크아웃 기업의 기존 대주주들도 사재출자 등 자구노력은 외면한 채 자리보전및 경영권 재탈환등에만 급급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교수는 “2세일수록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위해 무모한 차입경영으로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능력없는 2세의 세습경영을 차단하기위해 대주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선임, 재벌 금융계열사의 사금고화 차단, 상속및 증여세 강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