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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CEO체제 곧 가시화

입력
200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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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이 1일 대북사업을 제외한 모든 이사직을 내놓음에 따라 현대 계열사의 전문경영인(CEO)체제가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정몽구(鄭夢九)현대차회장의 반발이 거세지만, 대세를 꺾기는 힘든 형편이다.현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현대는 이미 건설, 자동차, 전자,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5개 소그룹체제로 운영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며 “앞으로 각 소그룹은 ‘전문경영인 좌장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몽헌회장이 이날 내놓은 자리는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회장. 이에 따라 누가 이들 두 소그룹의 CEO를 맡을 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현재로선 글로벌 경영혁신을 앞세운 현대가 전격적으로 각 소그룹 좌장및 계열사 사장 중 일부를 외부에서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금융소그룹을 지휘하는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시선이 좋지않다는 것도 변수.

자동차 소그룹은 정몽구 회장측의 반발이 거세 일단은 현 체제로 계열분리되지 않겠느냐는 해석과 함께, 정명예회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명예회장은 이날 청운동 자택에서 외출을 하지 않은채 항명파동과 관련, 장고(長考)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는 정몽구회장의 ‘항명’에 당장 대응하기 보다는 치밀한 준비를 거쳐 ‘명예회장의 뜻을 받들 것’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정몽구회장체제를 고수하겠다면 시장의 심판을 받지 않겠느냐”면서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몽헌회장측은 곧 본관 12층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나 어디로 갈지는 미정”이라며 “정명예회장의 경우 예전처럼 빈번히 출근하지는 않겠지만 격려 차원에서 가끔 들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몽구회장측은 이날 “명예회장이 사전에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3부자 퇴진을 발표했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위원장은 ‘명예회장이 두 아들에게 모두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31일 아침 명예회장이 김위원장에게 발표문을 구술할 당시 정몽헌회장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정몽헌회장측의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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