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동성'해결총대현대사태 전개과정에서 정부를 대신해 ‘총대’를 맸던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과, 현대그룹과의 ‘얄궂은 인연’이 화제다.
92년 정주영(鄭周永) 당시 현대그룹회장이 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 바람을 일으키며 발빠른 대권도전 행보를 이어가자, 정부는 이를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정 회장과 현대를 강하게 조였다.
정부의 압박창구는 은행감독원. 은감원은 조사를 통해 “현대그룹 주력업체였던 현대전자가 대출을 받아 이중 일부를 국민당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고 발표하면서, 주력업체 선정취소와 대출금회수 등 강력한 금융제재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때 은감원 현대담당 부서는 30대그룹 여신규제를 총괄하던 여신관리국으로, 김 행장은 바로 당시 여신관리국장이었다. 정부의 ‘현대조이기’ 과정에서 실무책임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후 은감원 감독기획국장, 부원장보, 부산은행장을 거쳐 지난달 외환은행장으로 영입됐으며 취임 열흘도 못돼 주채권은행장으로 현대사태를 맞게 됐다. 정치적 이유에서 시작된 8년전의 현대사태와, 유동성 및 시장신뢰문제로 야기된 이번 현대사태는 성격 자체가 다르지만, 김 행장은 현대와는 ‘불가피한 기연(奇緣)’을 가진 셈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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