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인간 조건은 표현이다.” 인문학 위기가 논의되는 시기, 대표적 인문학자 8명이 5년 동안 모여 새로운 인문학 개념의 확장을 모색한 후 내놓은 결론. “이해 없는 표현은 공허하고, 표현 없는 이해는 맹목이다.”한국 사회에 지적 자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한 박이문 교수, 인식론과 언어철학계를 이끌고 있는 정대현 교수, 한국 문단을 이끌어 온 유종호·김주연·김치수 교수, 여기에 중진학자 정덕애·이규성·최성만 교수까지 합세해 최근 단행본 ‘표현 인문학’(생각의 나무·사진)을 내놓았다. 1995년 여름 뜻을 모아 첫 모임을 가진 이들은 5년 동안 서로 다른 생각을 모으고, 토론하고 원고를 다듬는 지난한 작업 끝에 공동집필로 이 책을 펴냈다.
책은 인문학의 위기가 제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는 전제 하에 제도적 인문학의 원류인 고전인문학을 살핀 뒤 새로운 인문론을 펼친다. 과거의 인간론이 ‘이해’의 범주에서 소극적 자유를 지향했다면, 현대의 시대정신은 ‘표현’을 적극적 자유의 내용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문자에 의존하는 이해의 학문이던 인문학이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삶과 연결된 생각을 표현하는 학문으로의 발전을 뜻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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