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외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강남 술집에 들렀다. 그는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마음이 풀린 탓인지 과음했다. 밤늦게 술집에서 나왔을 때 이 친구는 길바닥에 엎드려 한없이 토하고는 사지를 뻗고 말았다. 가까운 곳에 여관도 없었다. 수없이 많은 택시가 멈췄지만, 술취한 사람이 옆에 드러누운 것을 보고는 모두가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새벽 1시가 되어도 취객은 인사불성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그때 경찰순찰차가 지나갔다. 고함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순찰차 안에 앉은 경관이 흘끗 보더니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다. “경찰이 그 많은 주정꾼들에게 관심을 둘 리 없지”라며 한숨을 쉬는데, 그 순찰차가 멈춰 서더니 50여㎙쯤 뒷걸음질 쳤다. 사정을 들은 두 명의 아주 젊은 경찰관이 취객을 뒷 좌적에 옮겨태우고 여관을 찾아 주었다. 이들은 무거운 취객을 업어 여관 2층까지 옮기고 종업원이 방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는 순찰차로 돌아갔다.
■신사동 파출소 소속이라는 이들 경찰관은 짜증스런 표정도 없었고, 그렇다고 경찰의 친절을 부러 보여주려는 제스처도 없었다. 주어진 일상업무를 하듯 이 일을 처리했다. 처음에는 너무 난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고맙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세대 경찰들의 직업관이 아닌가하는 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들이 그날 남긴 이미지는 시민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해주는 경찰의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에 포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 얘기가 신문과 방송에서 요란하게 나왔다. 문제의 경찰관들이 미성년윤락을 뿌리뽑겠다고 매스컴의 조명아래 발벗고 나선 김강자서장의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었다는데 사회적 충격이 더 컸던 것같다. 길거리의 취객을 도와주던 그 젊은 경찰관들의 얼굴과 포주 돈을 먹은 경찰관들의 모습이 중첩되어 착잡하다. 경찰관들이 질서와 봉사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만들 때가 된 것같다. 그 첫걸음은 신세대 경찰관들이 부패에 오염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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