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터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열린 북미회담은 당초 의례적 만남수준의 기대를 넘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미 국무부는 30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미북 양측은 6일간의 회담에서 지난 1994년 체결한 제네바 핵기본합의의 이행과 관련한 각자의 관심사항들과 그밖의 양자간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히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회담에서 ‘진전’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꼽는 ‘의미있는 진전’은 두 가지다. 첫째는 1994년의 제네바 핵기본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점이다.
미국은 새로운 협상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이날 미 국무부가 성명에서 “미국은 이번 회담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대통령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촉구한 기본합의에 관한 새로운 협상을 개시하는 데 이용했다”고 밝힌 점을 통해 대강의 유추는 가능하다.
이와관련 워싱턴외교소식통은 “지난 1994년의 기본합의가 북한의 핵개발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의 핵활동에 중점을 두었다면 새로운 협상은 앞으로의 핵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같은 미래의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번에 영변과 금창리 이외에도 핵의혹시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사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경수로 건설지연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새 협상은 이 문제등이 주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그간 중단됐던 미사일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양측은 31일부터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부상과 미 국무부의 조셉 디토머스 비확산담당 부차관보간에 로마에서 준비회담을 열고 구체적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북한고위급인사의 방미를 통한 고위급회담문제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못한 점은 ‘옥의 티’라 할 만하다.
이에대해 외교관계자는 “미측은 당초 핵과 미사일의 두가지 현안을 고위급회담을 통해 일괄타결할 계획이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고위급회담이 당분간 성사가 불투명해짐으로써 일단 핵과 미사일문제를 먼저 논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과외에도 로마회담이 소기의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진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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