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경선·공조복원 싸고 정국주도권 격량예고‘이회창(李會昌)의 한나라 호(號)’가 31일 재 출항의 닻을 올렸다. 잔치 분위기 속에 출범하는 이회창호의 외형적 항해 여건은 일단 순조롭다.
우선, 이총재는 당을 완전 평정하며 ‘창당(昌黨)화’에 성공했다. 그는 공천 물갈이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경쟁 후보들을 가볍게 눌렀다. ‘이회창을 중심으로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열망을 표로 확인한 것이다. 이는 차기 대권 가도에서 이총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는 거대 야당의 오너다. 과반 의석에 불과 4석 모자라는 133석을 소유한 원내 1당의 수장이다. 야당 2년 반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온 끝에 확보한 유력 수권 정당의 강력한 수권 후보다. 그를 제외하곤 국정운영이 어차피 불가능한 정국의 확실한 상수(常數)다.
하지만 이회창호가 넘어야 할 파고와 헤쳐나가야 할 잠재적 장애는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총재는 총재·부총재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과 금권 선거 잡음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
총재 경선에 나선 김덕룡(金德龍) 강삼재(姜三載) 손학규(孫鶴圭)의원 등 세 명의 경쟁 후보가 하나같이 결과 승복을 선언하긴 했지만 진정한 승복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강압적 줄세우기 시비 등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은 두고두고 이총재의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선 부총재들과의 관계 설정도 이총재가 안게 된 숙제다. 특히 김덕룡의원과 공동보조를 취하며 이총재를 상대로 일정한 대립각을 형성해 온 박근혜(朴槿惠)의원이 세명의 낙선 총재 후보와 함께 비주류 진용을 구축할 경우 이총재의 리더십은 또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대외적으로 이총재는 당장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에 들어가야 한다. 5일로 예정된 국회의장·부의장 경선을 시작으로 민주당_자민련의 공조복원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공세, 민국당-한국신당-무소속까지 함께 엮는 여권의 비(非) 한나라당 연대 시도, 인사 청문회와 총리 인준, 부정선거 진상규명과 선거사범 편파수사 문제 등 전단(戰端)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 과정에서 이총재는 대여관계의 기조설정 등을 두고 끊임없는 결단을 요구받게 될 것이며 그의 지도력과 포용력 역시 간단없는 도전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표면은 평온하나 격랑이 예고된 정국의 바다를 향해 이회창호가 새 항해를 시작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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