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영천은 사통오달의 교통요충지다. 우리나라 3대 도시인 대구와 역사도시인 경주, 철강도시 포항, 유교의 고장 안동과 인접해 있어 가히 교통 중심지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영천에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국도만 있을 뿐 우회도로가 전혀 없어 시내는 주변 도시를 오가는 차량들로 하루종일 교통체증을 앓고 있다. 영천 사람들은 그래서 서울에 갔을 때 아무리 교통체증이 심해도 화를 내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영천에서 이미 겪을 만큼 겪고 단련이 돼서다. 외지인들도 영천을 지나면서 서울보다 체증이 더하다며 다시 올 곳이 못된다는 말을 할 정도다. 더구나 철근을 실은 포항제철의 대형 화물차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 길을 지나가 혼잡함은 둘째 치고라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 3월부터 국도 28호선 대구∼포항간 우회도로 공사가 2002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사 진척률은 50%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예산 때문에 공사기간이 4년∼5년 늘어날 지 모른다는 얘기마저 들려 시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리고 있다.
만성 체증을 겪는 데다 화물차들이 파손한 도로 보수비용까지 혈세로 부담해야 하는 영천시민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가 영천에 밀집한 육군3사관학교 등 군사시설 때문에 개발을 제한당하고, 영천댐 물을 포철공단의 공업용수로 고스란히 바치면서 청도 운문댐 물을 비싼 값에 사먹다보니 시민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주변 도시 때문에 농촌을 이렇게 희생시켜도 되는 것인지.
18일부터 이틀간 영천시의회 의원 7명이 서울을 다녀온 것은 시 교통문제를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들은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 내년 예산안에 대구~포항간 우회도로 건설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시민과 힘을 합쳐 영천~포항간 도로를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영천출신의 국회의원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협조를 호소했다. 다행히 만난 사람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역민원 때문에 걸핏하면 중앙으로 뛰쳐 올라가 실력행사 운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낄 만큼 영천시민들의 불만은 크고 깊다. 시민들이 지금처럼 단합한 적도 없는 것 같다. 힘없는 농촌의 사정을 돌아볼 줄 아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고재석 경북 영천시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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