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일 양국은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양국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성적’이다. 16강에 오르지 못할 경우 개최국으로서 축제분위기가 크게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한·일 축구계는 이를 잘 알고 있고, ‘지상과제’인 16강진출을 겨냥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 대회에서 한·일 양국의 전력은 어느 수준일까.
16강은 과연 가능할까. 16강진입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월드컵을 앞두고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사를 교환·게재하기로 한 한국일보와 일본의 제휴사인 요미우리신문은 특집을 통해 이 문제를 점검했다.
편집자주
■월드컵 개막일 5월31일·6월11일 저울질
5월31일이냐 6월1일이냐. 당초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개막예정일은 6월1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조직위원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안한 경기일정에 따르면 5월31일이 될 가능성도 높다.
6월30일 폐막을 기준으로 5월31일 개막할 경우 경기일수는 모두 31일이 된다. 각 조 예선 마지막 경기는 동시에 치러야 하는 규정에 따라 6월1일 개막할 경우 하루에 4경기를 치르는 날은 8일이 되지만 31일 개막할 경우는 5일로 줄어든다.
정확한 개막일은 6월5일 FIFA 집행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하루 4경기는 관리와 행정 등에 부담이 많아 5월31일 개막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일축구 "2년후엔 뭔가 보여준다"
●한국전력
대한축구협회 조중연전무, 이회택 월드컵지원단장, 허정무대표팀감독 등 축구인들은 “16강은 2002년 월드컵의 지상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조2위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24개팀이 참가, 조 3위까지 16강을 바라볼 수 있었던 94년 대회까지 보다도 더욱 어렵다. 국내 축구인들은 16강이 결코 쉽지 않지만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세대교체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어 몇가지 문제점만 보강한다면 2002년의 한국대표팀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게 긍정론의 근거이다. 특히 28일의 유고전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로 평가된다.
대부분 23세 이하의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의 유고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23세 이하의 올림픽대표선수들의 성장속도를 볼때 2002년에는 기량이 최고조인 25세가 된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천수등 젊은피 쑥쑥
수비불안 고질점 문제
2002년 월드컵에서 뛸 선수층은 두터운 편이다. 포워드엔 이동국 김은중 설기현 최철우 이천수 최태욱 등 젊은 피들이 쑥쑥 자라고 있고 기존 선수중엔 황선홍(32) 서정원(30) 김도훈(30) 최용수(29) 안정환(26) 등이 버티고 있다.
미드필드로는 좌우풀백 이영표 박진섭 박지성 고종수 이관우가 젊은 세대의 주축이고 하석주(32) 노정윤(29) 윤정환(27) 김도근(28) 유상철(29) 최성용(25) 강철(29) 박성배(25) 정광민(24) 서동원(25) 김상식(24) 등이 기존멤버.
수비는 박재홍 박동혁 하용우 등 신예들이 기존의 홍명보(31) 김태영(30) 이임생(29) 이민성(29) 이상헌(25)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23세이하의 신예와 29세 이상의 베테랑들의 기량에 비해 대표팀 중추를 이룰 24-28세중 걸출한 선수들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올림픽선수들과 박성배 정광민 서동원 김상식 안정환 등 중간층의 기량이 더욱 향상되지 않는다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축구계의 진단이다.
포지션 별로는 수비가 가장 취약하다. 허정무감독은 한국이 강팀을 상대할 때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고 한 골을 먹은 뒤 급격히 무너지는 약점이 있어 수비수들의 조련이 성적을 좌우할 직접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한국의 16강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축구협회 김정남 기술고문은 진단한다. 김고문은 “관중의 응원과 그라운드상태, 기후 등 홈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16강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28일의 유고전에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의 선전은 바로 홈 이점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게 김전무의 시각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일본전력
일본축구협회 역시 2002년 월드컵에서 조예선을 통과,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축구협회 부회장이자 강화추진본부장인 하마모토 쿠니시게씨에 따르면 조예선 통과에는 2승1패 혹은 1승2무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일본은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자메이카를 상대로 3패했다. 득점은 자메이카전에서 나카야마가 유일했다.
프랑스 월드컵후 득점력부족 해결을 위해 트루시에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지만 지난해 남미선수권(코파컵)에서도 1무2패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나카타등 공격진 역대최강
감독해임 분위기 수습시급
오카노 일본축구협회장은 “수비에 있어서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지만 공격형태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라고 털어 놓는다. 그러나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청소년선수권서 준우승을 했고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등 젊은 세대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대표는 라이벌 한국을 능가하는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트루시에 감독은 올들어 나카무라 스케(요코하마 마리너스), 이나모토 준이치(감바 오사카) 등 올림픽대표를 일본대표로 기용, 골 결정력을 높이려고 했으나 3월 중국전, 4월 한국전 등 아시아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의 급속한 성장이 없다면 일본대표는 2002년 일·한 월드컵에서 1승도 못 올릴 것이 확실하다. 2002년 월드컵때 중심선수는 이탈리아의 AS 로마에서 활약중인 나카타 히데토시.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주도함과 동시에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스루패스는 일본대표의 공격패턴이다. 상대팀에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 후 현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나가타에 비해 다른 선수는 제자리걸음이다.
나가타와 함께 일본대표의 사령탑을 맡아 온 미드필드 나나미 히로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이적했지만 선발자리를 못 차지지해 고민이다. 포워드 조 쇼지도 스페인에 이적, 득점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상 등으로 성적이 신통찮다.
나카타의 화려한 패스를 선수들이 활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나카타의 수준에 근접하는 선수가 등장하지 않으면 골결정력 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
특히 포워드진의 성장이 16강 진출의 열쇠가 된다. 다카하라 하오야스(주빌로 이와타)나 히로세 도모유키(가고시마 안틀러스) 등 젊은 선수의 분투를 기대한다. 김도훈 등 한국 공격진의 강한 체력을 본 받았으면 한다.
대표팀 강화에 남은 시간은 이제 2년밖에 없다. 일본협회는 해외원정을 통해 선수들에게 국제경험을 쌓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에 두고 트루시에감독의 해임소동 등으로 일본협회는 팀강화에 주력할 상황이 못된다. 한국에 비해 일본축구계는 혼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토 다카아키 기자 / 요미우리신문 운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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