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국회의사당 주변은 5일로 예정된 개원 준비로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여야는 16대 국회의 첫 작품이 될 인사청문회 관련법 협상을 둘러싸고 출발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여야는 원내총무간 합의문까지 만들어 “잘해 보자”고 다짐했으나 실제 협상에선 당리당략만 내세우는 15대의 일그러진 국회상을 재연하고 있다.민주당은 청문회를 번거로운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듯 ‘판을 줄여보자’는 쪽이고, 한나라당은 손해 날 것 없는 장사이니 ‘최대한 벌여놓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니 협상이 잘될 리가 없다. 29일 실무협상에선 “서면질의 범위내에로 질문 내용을 제한하자”(민주당·자민련) “1인당 청문회 최소 일수를 3일로 하자”(한나라당) 등등 무리한 주장들만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은 “미국도 하루만 하는데,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려고 생떼를 쓴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서면질의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은 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그것도 모자라 한나라당 대표는 브리핑 도중“교섭단체가 아닌 자민련은 협상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고, 자민련 대표는 “3당총무가 합의문까지 만들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1주일간 협상은 이렇게 끝났고 다음 약속조차 잡지 못하고있다.
정가에선 서둘러도 6월 중순쯤에나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국정 공백기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 협상을 지켜 보면서 2년전 무려 5개월을 끌며 15대 국회 후반기를 파행으로 몰고갔던 김종필(金鍾泌)전총리의 임명동의안처리 악몽이 자꾸 떠오른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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