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엄격한 규율로 유명한 아랍국가들중 쿠웨이트의 여권신장운동에 가속이 붙었다.쿠웨이트의 여성 참정권을 금지하는 현행 선거법이 헌법의 남녀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29일 쿠웨이트 사상 처음으로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법원은 이날 논란이 돼온 여성들의 투표권 및 공무담임권 등 참정권 허용문제와 관련된 소를 취하하지 않고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에 이관, 심의토록 요청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롤라 다쉬티(36·여)는 이날 “마침내 우리가 승리했다”며 “이제 헌법재판소가 선거법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쿠웨이트의 헌법은 남녀평등권과 여성의 국가고위직 진출을 인정하고 있으나 하위법인 선거법은 여성들의 투표권과 공무 담임권을 허용치 않고 있다.
앞서 여성 참정권론자들은 지난 3월 전원 남성들로 구성된 의회가 국왕이 제시한 여성 참정권 허용 포고령을 거부한데 이어 오는 2003년부터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부결시키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쿠웨이트는 아랍국가중 유일하게 의회를 가진 나라지만 민주적인 절차와는 무관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의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성들의 참정권이 허용되면 이슬람교을 신봉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오랜 전통과 종교적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번 법정승리의 주인공 다쉬티는 지난 1992년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때 세계은행(ADB)의 분석가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 1994-99년엔 쿠웨이트 중앙은행인 쿠웨이트국립은행(KBK) 수석연구원을 지냈고, 현재는 쿠웨이트 국내외 투자문제를 전담하는 금융컨설팅그룹의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다시티는 오는 2003년 총선에 출마, 정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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