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요즘 공채 경쟁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이직열풍이 몰아치는 상반된 현상이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에 ‘입사(入社)’하려는 예비공무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철밥통으로 여겨졌던 ‘그들’은 떠나고 있는 것이다.서울시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새피 수혈’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상반된 현상이 서울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채 경쟁률 120대1
2000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사상 최고인 120대1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공채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는 이번 처음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행정직 7∼9급 285명에 대한 2000년 서울시 공무원시험 응시원서를 23∼26일 접수한 결과 이날 현재 2만9,141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돼 경쟁률이 100대1을 돌파했다. 우편접수가 5,000여통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최종 응시원서 접수는 3만4,000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직종별로는 세무직9급이 5명 모집에 1,577명이 응시, 31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산직 7급이 2명 모집에 492명이 응시, 246대1을 보였다.
서울시 공무원시험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대졸자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시 관계자는 “응시생 가운데 80% 이상이 4년제 대학 졸업생일 정도로 학력도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며 “여전히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철밥통 포기 속출
중앙부처에 이어 서울시에도 벤처 열풍이 불면서 ‘철밥통’을 포기하는 공무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제도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정년보장’의 환상도 무너지면서 기회만 생기면 공무원직에서 떠나려는 풍조까지 생겨나고 있다.
L씨는 관악구 중소기업과장(5급)이던 지난해 한 벤처투자회사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악구청 벤처타운추진실에서 일하면서 벤처의 가능성에 눈을 뜬 뒤 20여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떨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장을 냈다.
관악구청 벤처창업지원추진실의 주무팀장 P(52)씨도 한 벤처기업의 이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
‘정년보장, 평생직장’으로 대변되던 공무원 사회에 이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달라진 환경 때문이다. 8급 공무원 C(38)씨는 “공무원이란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안정성과 노후보장 등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데다 공무원 연금도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며 “기댈 언덕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나가겠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2000/05/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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