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온천은 대부분 ‘ 뜨거운 맹물’이다. 도저히 온천이 아닌데 온천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누가 이런 엉터리같은 온천을 방방곡곡에 파고 있느냐 하면 바로 소비자의 그릇된 온천욕 붐과 온천법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온천법에 의하면 섭씨 25도의 물이 나오면 온천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업자들은 이 물을 데워 온천수로 팔아먹고 있는 셈이다. 외국에선 지표에서 나오는 50도 내외의 온천을 식혀 온천욕을 하게 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지하 수백㎙에서 억지로 파올린 미적지근한 물을 비싼 에너지를 들여 데워서 온천수로 쓰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온천개발의 문제는 맹물논쟁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온천을 찾아 전국에서 마구잡이 개발을 하다보니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온천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하천과 상수원을 오염시키는가 하면, 온천개발에 의한 토사유실로 상류주민과 하류주민이 법정에서 싸움을 벌이는 곳도 생겼다. 일반 목욕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온천으로 전국 산하가 또 난개발 몸살을 앓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대규모 온천개발로 심각한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곳이 충주호 일대다. 지자체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 아래 대규모 온천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하루 수십톤씩 흘러나오는 시욕장 폐수에도 하천의 고기가 다 죽는 판인데, 하루 수천톤씩 흘러나오게 될 폐수가 전체 생태계와 수도권 상수원 수질에 미칠 영향은 과학적으로 계산된 것인지 궁금하다.
경북 울진의 왕피천은 연어가 회귀하는 1급수 하천으로, 울진지역 7만명의 상수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데 민간업자가 이곳에 온천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다. 상수원이 오염되고 하천의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할 공사라는 사실을 알고 울진군청이 뒤늦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이번에는 업자와 도청이 한편이 되어 적법한 절차를 주장하며 군청과 맞서는 기이한 형국이 되었다.
우리는 이런 온천 난개발이 판을 치는 근본 이유의 하나가 바로 온천수의 요건을 섭씨 25도로 규정한 온천법의 비과학적 조항과 함께 개발업자 위주로 입법활동을 해온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목욕관광을 위해 현저하게 물을 오염시키고 생태파괴행위를 합법화하는 제도는 꼭 고쳐야 한다. 제16대 국회가 할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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