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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선 '눈치' 빨라야 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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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선 '눈치' 빨라야 산대요

입력
2000.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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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가 지닌 특징의 하나를 들자면 언어이외의 수단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말하는 장소의 분위기나 화자의 몸짓, 표정 등 언어 이면의 기능에 의사소통을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다.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면 몇번씩 설명을 해야하는 모로코인인 나는 이런 한국인들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때로는 그들이 신비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이같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아 뒤늦게 당황하며, 역으로 한국식과 다른 자신의 대화 태도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한다. 나 또한 처음에는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통의 상인들부터 대학 강의실에서 만난 교수님들과 캠퍼스의 한국인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이런 괴리를 느꼈다.

대화할 때의‘눈맞춤’은 가장 큰 괴리중 하나였다. 어려서부터“눈을 맞추고 말해라”라는 말을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온 나는 눈을 맞추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한국문화에 잘 적응할 수 없었다. 눈을 안맞추고 대화하는 것은 화자의 말이 진실하다고 느끼지 않거나 그 사람의 말에 흥미가 없다는 표시라고 나는 배웠다. 그러나 한국에선 오히려 상대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말하는 일, 특히 연장자에게 그러는 것은 대드는 것으로 비쳐진다.

한국의 부부 싸움도 독특하다. 한국에서 싸움을 한 부부는 대부분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하루종일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낸다. 침묵으로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화를 삭이는 것이다. 그리곤 나중에 선물을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화해를 하곤한다. 싸운 다음날“뭐가 잘못됐지?“라고 말을 건네면서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서양부부의 방식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냉전 기간’동안 서양부부처럼 말을 붙였다간 싸움이 덧나기 일쑤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친구들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더 중요하고, 그 이해능력은 한국에서 그 사람의 교육 수준이나 문화 수준, 교양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말없이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어쩌면 큰도전이다. 이를 눈치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이 눈치가 한국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챌 수록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기는 그만큼 편해질 것이다.

/나디아라힘·고려대 국제대학원 한국학석사과정·모로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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