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전야제가 있던 날 밤, 민주당의 386세대 당선자 등 정치인들이 한바탕 술판을 벌였다. 총칼 앞에 스러져 간 수많은 민주영령을 생각하며 경건함으로 옷깃을 여며야 할 바로 그 시각에 그들은 접대여인을 끼고 블루스를 추고, 노래를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그야말로 질펀하게 놀았다. 김민석 송영길 장성민 김성호 이종걸 김태홍 이상수 정범구 우상호씨 등과 시인 박노해씨가 그들이라고 한다. 일부를 제외하곤 평소 자랑스럽게 386세대를 운위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5·18 희생자와 유족, 광주시민은 물론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386 정치인들이 입버릇 처럼 말하는 5·18 정신이란 무엇인가. 굳이 386세대가 아니라도 상식인이라면 그 전야에 술판을 벌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주점에서 놀아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을 쥔 여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됐다는 오만함 때문일까, 아니면 386세대 정치인이라는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386세대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들은 구태의 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의 싹을 틔울 대안세력으로 국민적 기대를 모았다. 정치권을 물갈이할 ‘젊은 피’로 대접 받았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5·18 전야제의 술판은 그중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껍데기만 386세대일 뿐 속은 구태의 낡은 정치인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행태에서 그런 모습을 본다. 얼마전 청와대 행사장에서 한 386 정치인이 보여준 장면도 그중의 하나다. 그가 대통령에게 큰절을 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모습은, 보는 이들을 여간 난감하지 않게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386세대는 기존 정치인 뺨칠 정도로 돈선거의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돈이 나서 그렇게 많이 쓸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았다.
광주의 술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구차하게 변명하고 있다. 그들은 어느 인터넷에 올려진 다음의 글을 깊이 새기고 반성해야 한다.
“…낮엔 참배하고 밤엔 술판을 벌이는,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속이며 살아가야 하는 당신들의 모습에 가여운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고, 386 정치인 여러분 위선의 탈을 벗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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