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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실제] (285) 도시화와 인간의 미래를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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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의 실제] (285) 도시화와 인간의 미래를 논하라

입력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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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이진성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과 자연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서로 유기적인 짜임 속에서 생활을 영위해 나갈 때 조화로운 발전과 행복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균형적인 상호 작용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겨난 자연 파괴에서 기인한다.

김광섭의 작품 ‘성북동 비둘기’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겪는 좌절과 안타까움을 한 비둘기 생활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산에 있던 보금자리를 잃은 비둘기는 채석장에서 향수를 느끼며 방황한다. 또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어 자연과의 관계성마저 잃어버렸다. 이 시에 나타난 비둘기는 산업 사회 속에서 공황감을 느끼며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성북동 비둘기’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 없이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는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생활의 편리를 기하기 위해 문명과 산업을 발달시켰지만 본능적 욕구 충족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연을 개발하였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으며, 인간과 자연을 서로 별개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사고 방식이 만연했다.

우리 나라는 1960년대부터 산업화 정책을 실시하여 도시화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개발에 앞서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몇년 전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서 한 소녀는 무분별하게 늪지가 훼손되어 가는 것을 보고, 그 곳에 서식하는 철새를 길러 고향으로 돌려 보낸다. 이처럼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간이 행복한 미래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 자연을 하나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공통된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성급한 도시화를 지양하는 대신 미래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환경 친화적인 사업을 전개시켜야 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은 공동 운명체이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적인 관계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행복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수1 성문영

태초에 문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인간 사회는 부단한 발전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으로 시대의 획을 그어놓은 사건이 ‘산업 혁명’이었다. 산업 혁명은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집중적인 도시들을 키워냈고 수많은 사람들을 그 속으로 끌어 들였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도시화의 시작이다.

도시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사회 발전이 거듭됨에 따라 인간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인간은 전반적인 물질적 풍요를 얻었고, 예전에는 벗어나지 못했던 질병과의 싸움에서도 점차 승리를 하게 되었다. 도시화의 초기에는 그러한 긍정적인 현상들만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는 도시화가 낳은 심각한 폐해를 맞게 되었다. 인간 중심적 생활을 하던 우리 인간이 어느새 물질 문명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질을 얻기 위해 생명까지도 경시하고, 도시화라는 명목 속에서 인간 사이의 유대마저 끊어버리는 풍조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발전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괴리가 생겼다.

도시화가 낳은 문제는 인간 이전에, 자연 환경의 파괴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인간과 친숙했던 자연이 등을 돌려버렸다. 우리의 할아버지들께서 어린 시절 보았던 집 주변의 새들은 어느새 천연 기념물이 되어버렸고, 이미 우리 주변을 떠나 버린지 오래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도 차차 삭막해져 갔다. 앞서 말한 ‘인간 소외’문제에 자연 환경 파괴가 한 몫을 한 셈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없는 세상에서는 정상적인 인간 관계의 형성도 어려운 것이다.

‘성북동 비둘기’에서의 비둘기처럼, 자연은 인간에게 언제까지나 관대하지만은 않다. 인간이 지금처럼의 발전만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를 낙관적인 미래만으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시화는 분명히 인간에게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그 이상의 지속적 발전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이루어지고, 조화로운 인간 사회가 형성될 때에 가능해진다. 그때에 이르러 비로소 진실된 정신적·물질적 발전이 이루어 질 것이다.

■우수 2 권정준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는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향수와 문명 비판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도시화로 인해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작품 속 화자는 비록 파괴되었지만 아직 자연의 체취가 남아 있는 돌에 입을 닦으며 평화로웠던 옛날을 그리워한다. 잃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아쉬움과 동경을 노래한 시라는 점에서 현대인이 겪고 있는 방황과 소외를 잘 나타내고 있다.

우리들은 예로부터 자연에서 교훈을 얻기도 하고,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기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이러한 공존의 자세가 우리의 삶에 안정감을 준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즉,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은 본래의 모습을 차츰 잃어 갔다. 인간의 이러한 변화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신적 안식처를 잃게 만들었다. 문명의 이기로 인해 인간의 삶이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지만 그럴수록 자연은 점점 더 파괴되었다. 이것은 자연을 버린 인간 자신의 자업자득이 아닐까?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인간도 의식했는지 개발제한 구역을 설정함으로써 무질서한 도시의 팽창을 억제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환경회의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밝혔다.

도시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었지만 정신적인 면은 황폐하게 만들었다. 도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향수는 더해만 갈 것이고 우리의 삶은 더욱 더 살벌해질 것이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잃게 되는 것도 많다. 자연과의 공존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자연에서 멀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정신적인 안식처의 부재로 인하여 삶의 안정감을 잃어 갈 것이다. 자연을 배제한 도시화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뿐이다. 환경 친화적인 도시화만이 밝은 미래를 맞이하는 길일 것이다.

■강평 : 게시문 적절히 활용 형식·내용구성 뛰어나

이번주 문제는 김광섭의 시 ‘성북동비둘기’를 읽고 ‘도시화와 인간의 미래’라는 주제로 논술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시문이 문학작품으로 주어진 경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시처럼 은유와 상징성이 강한 양식이 주어진 경우 무조건 어렵게만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보고 당황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작품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편의 시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의 해석이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시인은 자신의 창작 의도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런 만큼 독자가 작품을 반복해서 읽으며 시인의 창작 의도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찾는다면, 작가와 독자 사이에 놓인 거리를 얼마든지 좁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에서 작가의 주장을 찾는 일은 곧 작품의 주제를 찾는 일과 일치한다. 시의 주제를 찾는 일이 산문의 주제를 찾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시에서는 시인의 견해나 주장이 직설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우회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회적으로 주제를 드러낼 때에 주로 쓰는 기법이 상징이나 은유 등의 수사이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수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가장 유효한 방식은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글을 읽을 때 그 글의 의미가 잘 안 들어 온 경우, 다시 한 번 읽었더니 뜻이 명확해 진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를 해석할 때도 반복해 읽으면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시의 경우는 산문보다 더 깊이 생각하며 더 많이 반복해 읽을 필요가 있다. 제시된 작품을 읽으면 점차 파괴되는 자연, 인간과 멀어지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시인 김광섭은 도시 개발의 바

람을 타고 채석장 포성이 울려 퍼지면서 비둘기가 떠나가게 되는 상황을, 사람의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비둘기의 번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최우수작으로는 이진성(대전 유성고)의 글을, 우수작으로는 성문영(광주 수피아여고)과 권정준(명덕외고)의 글을 뽑는다. 이진성은 제시문을 잘 활용하면서, 적절한 단계를 밟아가며 논지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의 글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밝히는 서두, 제시문을 바탕으로 도시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본론, 그리고 최종적 주장을 제시하는 마무리 등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나무랄 데 없이 잘 짜여져 있다. 인간이 자연을 하나의 수단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하고 성급한 도시화 대신 거시적 안목에서 환경 친화적 개발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구체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명료하게 살아있는 문장들 역시 이 글이 지닌 장점이다.

성문영의 글도 논지 전개의 과정이 적절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결론적 주장 역시 무리가 없다. 단, 이 글은 도시화 자체에 대한 원론적 논의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흠이다. 원론적 논의를 줄이고, 제시문과 연관된 논의를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권정준의 글은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잃게 되는 것도 많다는 지적 등이 그러하다. 단, 논지 전개 과정이 조금 산만한 편이라는 것이 흠이다.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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