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불똥 튈라" 재계 초긴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불똥 튈라" 재계 초긴장

입력
2000.05.27 00:00
0 0

현대쇼크로 금융시장은 물론, 재계에도 짙은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감으로 금융시스템이 급속히 마비되면서 기업의 자금줄이 차단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불신에서 비롯된 거함 ‘현대호’의 유동성문제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 전체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남의 일 아니다

재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끊임없는 구조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시장을 무시한 채 유동성만 내세워 ‘허세’를 부린 것이 결과적으로 불신감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자승자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현대문제를 결코 강건너 불보듯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쇼크를 계기로 대외적인 불신감이 높아질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활동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유동성 문제가 본격 노출된 26일 주요 그룹들은 재무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긴급 모임을 가졌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내 기업과 거래가 많은 지역의 무역관에 현지 거래선의 동향파악을 지시했다.

재계는 우선 현대문제가 단순히 현대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각 계열사의 자금 운용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투자계획도 재정비하고 나섰다.

■돈줄이 마른다

기업들은 현대쇼크로 주식발행 불가, 회사채 발행 불가, 은행대출 불가의 소위 ‘3불(不)현상’이 심화하지 않을까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금담당자들은 “새한 워크아웃, 영남종금 영업정지에 이어 현대사태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잔뜩 몸을 사려 돈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7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0조원 이상의 회사채 차환(借換) 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경색이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며 잔뜩 걱정하고 있다. 자금경색은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성장기반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S그룹 관계자는 “최근 자금시장은 돈가뭄이 극에 달했던 IMF체제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귀했다”면서 “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 독촉 및 만기연장 불허, 신규여신 중단 등으로 자금조달길이 꽉 막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시장관계자들은 “현대 일부 계열사의 자금문제가 사실 이상으로 증폭돼 그룹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경우 IMF체제와 대우 워크아웃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황영기(黃永基) 삼성투신운용사장은 “통화량 공급을 늘리고 금리도 하향 안정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제2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팀에 통치권 차원의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조재우기자

jojus62@hk.co.kr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의 자금난은 경영권 분쟁, 현대투신 문제 등으로 시장의 신뢰가 급격히 하락한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금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도 유동성 위기를 부추긴 원인이다.

■현대건설 자금난 진원지는 회사채

현대건설은 현대투신과 대한투신의 부실 여파로 지난해 1월 회사채 1,500억원을 발행한 이후 추가발행을 전혀 못했다.

여기에 현대건설 해외공사 미수금이 쌓여 자금사정이 악화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금융기관이 회사채 만기연장에 난색을 표명, 자금경색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 22일 만기가 돌아온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연장도 거부당했다.

가장 큰 숙제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7-98년 대량으로 발행해 차례차례 만기가 돌아올 회사채의 상환문제.

올해 안에 돌아오는 회사채가 원금만 6,080억원에 달한다. 이중 5월에 돌아오는 것이 550억원, 6월분이 700억원이며 연 11-13%인 이자부담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자금운용의 미스매칭(기간 불일치)에 따라 4-5월에 집중적으로 자금회수가 이뤄진 것도 자금난의 한 요인이다.

■현대상선은 기업어음이 문제

현대상선은 회사채보다 기업어음(CP)이 자금난의 원인이 됐다.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800억원 가량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현대측 설명.

하지만 3,000억-3,500억원 규모의 단기 기업어음(CP)을 굴리는 과정에서 만기연장이 되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4-5월 3,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회수했다”며 “게다가 CP 및 회사채 차환 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이 그룹의 대북사업 창구인 현대아산에 4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지난해 이 사업과 관련해 300억원의 적자를 낸 것도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