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일인 데 왜들 난리죠.” 경북 포항지역 어민, 공무원, 감정평가사 등이 짜고 서류조작 등으로 어업손실보상금과 어선감척보상비 24억원을 더 챙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어민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대를 이어 포항에서 고기잡이를 해 왔다는 최모(47)씨는 “어민 생계지원용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회에서는 낙선의원들 조차 국민세금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데 왜 우리에게만 화살을 돌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과 공무원들이 벌인 ‘혈세 파티’에는 탐정소설에나 나올법 한 수법이 동원됐다. 아예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는 선박을 어로활동중인 선박으로 속여 감척보상금을 받아내고, 서류상으로 ‘가공의 배’를 만들어 보상금을 타내기도 했다. 어업실적이 전혀 없는 데도 서류를 조작, 보상금을 챙기는 수법도 흔히 이용됐다. 그럼에도 포항 어촌의 반응은 ‘괜한 일로 사람 잡느냐’는 식이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위로 부터 집단적인 ‘혈세 불감증’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전직의원들이 매달 50만원의 ‘이상한 수당’을 받고, 곧 임기가 끝나는 의원들이 수천만원의 예산을 빼내 외유를 떠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제재는 없다. 때문에 항변하는 어민들을 ‘당신들만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혈세불감증은 전염력이 강하다. 이를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온 나라에 불감증이 퍼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포항=이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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