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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이야기/경마장 지하 재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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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이야기/경마장 지하 재결실

입력
200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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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왜 저렇게 느리게 달렸죠?” “5번 말이 3코너에서 갑자기 안쪽으로 파고든 이유는 무엇입니까?”‘경주를 잘 못한 기수는 심판에게 불려가 혼난다.’일반 스포츠에선 기량이 시원치 않거나 실수한 선수를 코치나 감독이 야단치는 게 상례지만 경마에서는 기수들이 심판의 질책을 받는다.

경주가 끝난 뒤 몇몇 기수들은 경마장 지하의 재결실로 불려간다. 부정이나 실수 등 경주상황을 종합점검, 판정하기 위한 장소로 경마장의 재판정이라 할 수 있다.

경마의 재판관이라 할 수 있는 재결위원은 5명. 이들은 이곳에서 경기상황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며 문제가 될 듯한 경주마나 기수들을 평가, 심판한다.

경기중 휘슬을 불 수 없으니 경기후 휘슬을 부는 셈이다.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달리던 코스를 이탈, 갑자기 안쪽으로 달려들거나 반대로 바깥쪽으로 치고 나가는 경우다.

급작스런 코스변경은 다른 말의 주행을 방해하게 되고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금지돼 있다. 또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에 채찍을 과다하게 사용해도 문책대상이 된다. 반대로 의도적으로 출발이 늦거나 속력을 내지 않는 기수도 재결위원들의 감시사항에 속한다.

일단 문제가 있다고 판정받은 기수는 며칠간 기승정지나 과태료부과 처분을 받는다. 특히 기수의 잘못이나 실수가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순위까지 변경된다.

경마팬들의 희비는 재결위원들의 판단에 의해 엇갈린다고 할 수 있다. 마사회 김병진재결부장은 “경마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경주를 지켜본다”며 “서로 잘 아는 기수들이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제재를 해야 할때 고뇌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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