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법안 통과로 미중간의 무역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라설 토대가 마련됐다.중국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최혜국(MFN) 대우를 연장받아 왔으나 그때마다 매번 의회심사라는 통과절차를 거쳐야 하는 외교적 수모를 겪어왔다. 앞으로는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타결된 미중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될 수 있어 중국의 WTO 가입 전망도 한층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PNTR 지위를 허용하고 WTO 가입을 지원하는 대가로 중국시장의 문을 여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었다.
중국은 지난 19일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을 끝으로 주요 무역국들과의 개별협상을 모두 타결했기 때문에 스위스 등 양자 협정 체결이 진행중인 5개국과의 협상이 끝나면 연내 WTO 가입은 확실하다. 이는 곧 중국이 경제분야에서도 명실상부하게 세계화 국면에 진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중국측의 이익 못지않게 미국도 상당한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미국은 13억 인구를 거느린 거대한 중국시장 공략의 호기를 잡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대 중국 수출 130억달러, 수입 820억달러로 전체무역적자의 3분의 1 수준인 70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의회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국의 WTO 가입과 시장 개방 확대가 이뤄지면 최소 115억달러의 수출증대효과가 나타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에 선점당한 자동차 통신 등 하이테크산업과 영화산업 등도 유리한 경쟁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더 중요한 점은 중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포용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클린턴행정부는 PNTR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가속화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중국에 대한 햇볕정책’의 일환이라는 것.
법안통과 후 빌 클린턴대통령이 “오늘 하원이 미국의 지속적인 번영과 중국의 개혁, 세계 평화를 향해서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이 법안 통과로 중국은 협력의 혜택이 대결의 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며 우리도 대결보다는 화해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한층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또한 중국과 정치·경제적 파트너십을 확립함으로써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부수효과를 얻은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